인천가족공원 전경. /사진 = 인천시 제공
인천가족공원 전경. /사진 =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인천가족공원에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봉안시설을 조성하려는 계획<본보 8월 26일자 1면 보도>이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국립 서울현충원과 국립 대전현충원이 국가유공자를 더 이상 안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화 상태에 달한데다, 보훈대상자들이 지역 봉안시설을 국립 현충원 입성 전 경유지 정도로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가 사업 추진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15일 시에 따르면 부평구 보훈단체협의회 등 9개 지역 보훈단체들은 지난 8월 중순께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를 통해 시에 인천가족공원 내 국가유공자 봉안당 설치를 건의했다. 시는 사업 검토 요청을 받고 지역 보훈대상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인천보훈지청과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훈대상자들이 지역 봉안시설을 국립 현충원의 대체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봉안시설이 조성되더라도 현충원 안장을 위해 잠시 안치됐다 이전하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 추진 의미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 원주와 충남 당진 등 지자체가 조성한 국가유공자 봉안시설의 안장률이 당초 예상과 달리 현저하게 떨어져 사업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인천보훈지청이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시의 구상이 틀어졌다. 시는 행정안전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인천가족공원 내 세월호 추모시설과 유사한 사업·운영구조를 그리며 사업을 검토해 왔다. 인천보훈지청은 사업 취지는 좋지만 상위기관인 국가보훈처에 인천시 주도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건의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법상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고, 이미 전국 각지의 국립묘지에 국가유공자를 안장하고 있기 때문에 목적이 같은 지자체 주도 사업에 추가로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시가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시설 조성과 유지·관리 등 사업 전반에 대한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된다.

지역의 한 보훈단체 관계자는 "국가유공자들이 과거 헌신한 공을 정부로부터 인정받는다는 상징성 때문에 국립 현충원 안장을 가장 명예롭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안을 만들기도 전에 사업이 좌초되지 않도록 단체 간 협의와 시의회 면담 등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보훈대상자 관련 업무는 기본적으로 국가기관이 맡아서 할 일이지만 지역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생각해 신중하게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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