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덕적도에서 제일 높은 산은 국수봉으로 해발 314m이고 비조봉은 292m로 그 다음으로 높다. 국수봉은 섬의 북쪽, 비조봉은 섬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비조봉은 새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오르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비조봉 정상에서 보니 서쪽으로 멋진 암반능선이 펼쳐지는데 새가 날개를 편 듯했다. 답사를 위해 드론을 가져갔기에 영상에 담긴 비조봉 모습을 다시 확인해보니 날개를 편 거대한 새를 연상시키고도 남았다. 

남쪽에 위치한 비조봉 정상에서는 덕적군도의 수많은 섬들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연안부두에서 출발한 배가 덕적도에 도착하면 다시 배를 갈아타야만 갈 수 있는 덕적군도의 섬인 문갑도, 굴업도, 백아도, 울도, 선갑도 그리고 수많은 섬들이 파란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왜 이제야 비조봉에 올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로 탁월한 경관을 갖고 있었다. 허긴 비조봉의 경관이 멋진지 몰랐다. 이러저러한 일로 덕적도를 몇 번 왔었지만 등 뒤에 비조봉이 있는지 몰랐다. 

인천의 산들은 높지 않다. 400m가 넘는 산은 모두 강화 본섬에 있는데 마니산, 혈구산, 진강산, 고려산, 별립산 등 다섯 개이고 이 중 마니산이 469m로 제일 높다. 인천에서 여섯 번째 높은 산은 계양산인데 육지 지역에서는 최고로 높은 395m로 400m에 조금 못 미친다. 

인천의 산들은 해안가나 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높지 않아도 탁 트인 경관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월미산이나 응봉산 자유공원을 생각해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월미산은 108m, 응봉산 자유공원은 66m인데 정상에서 보여지는 경관은 모두 탁월하다. 이렇듯 인천의 산들은 낮을지언정 모두 탁월한 경관으로 우리 도시와 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인천시민들의 관점에서 어디에 가면 인천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을까? 아니 인천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가봐야 하는 산을 추천해주면 어떨까?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육지부와 섬지역을 합쳐 30개 이상의 멋진 조망점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찬찬히 다시 둘러본다면 더 많은 조망점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조망이 좋다거나 경관이 멋지다고 판단하는 것은 개인적인 편차가 커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것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듯 싶다. 그러나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에 있어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갖고 판단해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 같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좋기 위해서는 조망점 자체가 갖춘 조건과 조망점에서 바라보여지는 경관 모두 좋아야 될 것이다. 조망점이 갖춘 조건은 우선 산이 높으면 더 넓은 공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즉, 표고가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주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야 조망이 가리지 않고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상부가 바위나 돌 등으로 구성돼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조건이 더 유리하다. 산정 부분의 토양이 좋아서 나무가 잘 자라게 되면 나무가 커져서 시야를 가리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별도의 전망대를 산정에 세워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조망점에서 바라보여지는 경관일 것이다. 넓은 바다와 섬을 바라 볼 수 있거나 우리 도시의 주요 부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관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산정의 조망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인천을 대표할 우수한 조망점을 선정해보면 좋겠다. 이렇게 해서 100대 조망점, 30대 조망점, 10대 조망점 등을 선정해보는 것이다. 

도시를 바라본다. 인천의 자연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바라봄으로써 관심 갖게 되고, 알게 되고, 이것이 도시에 대한 애정으로 연결돼 도시에 대한 자부심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단지 등산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망점을 만들고 정비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천을 알고, 느끼게 하기 위해 인천을 바라보는 조망점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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