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인천’은 야구도시, 구도(球都)의 대명사로 불린다. 2018년 인천 연고팀 SK는 우승을 하며 인천시민을 즐겁게 해주었다.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 선수와 구단을 지원하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와 같은 지원팀, 그들을 열렬히 응원한 인천시민의 합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우승의 총지휘에는 힐만 감독이 있었다. 2016년 10월 SK와 2년 계약으로 인천에 와서, 2017년 시즌과 2018년 시즌을 맡아서 우승으로 이끌었다. 힐만 감독은 인천에 오기 전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 리그에 이름이 있던 감독이었다. 우승을 하고 다수의 사람들은 힐만 감독이 인천에 남아서 우승 합작을 한 번 더 만들어 주기를 원했고, 우승한 팀이기에 다음 해에도 우승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가족에 관한 일이며, 나이 든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미국으로 간다"고 인천에서 야구를 내려놓는다. 힐만 감독은 약 160만 달러의 계약으로 2년간 인천 팀을 맡아서 좋은 성적을 만들었고, 우승한 팀을 그대로 맡는다면 우승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힐만 감독의 가족사랑에 인천시민들은 아쉬움과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가족사랑 때문에 엄청난 연봉을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미국으로 갔다. 힐만 감독이 우리에게 존경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보다 선수단과 지원팀의 공로를 잊지 않고 먼저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지원팀에 감사하고, 선수단에 감사하고, 응원을 해주신 인천시민에게 감사한다"라고 말한다. 힐만 감독도 사람인데 왜 욕심이 없었을까마는 자신을 내려놓고, 그리고 후배들(다음 세대)을 위해서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그가 인천의 명예시민이란다. 

그런 감독이 한 분 더 있다면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히딩크 감독일 것이다. 4강 신화를 만들었기에 국민영웅 칭송까지 들었던 히딩크 감독도 한국 팀의 더 좋은 발전을 위해 계약 연장을 포기하고 히딩크 감독의 조국으로 돌아간다. 최고의 정점에 있을 때 내려놓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것이다. 힐만 감독은 가족 사랑으로, 히딩크 감독도 유사한 이유로 계약연장을 포기했지만 최고의 순간 내려놓음을 이뤘다는 점이다. 

몇 달간 장관 임명으로 대한민국이 나뉘어서 시끄러웠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을 비유한 ‘뒷집 짓고 앞집 뜯어 낸다’는 속담처럼 교수와 장관, 정무수석을 넘나들었다. 하나만 해도 성공했다고 말하는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힐만 감독과 히딩크 감독은 후배, 다음 세대를 위해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다. 내가 꼭 해야 한다는 것도 욕심이다. 욕심을 비운 힐만 감독에게 내려놓음(비움)을 한 번 배워보면 어떨까.    

인천에서는 대형 국책사업과 많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말 인천을 사랑한다는 시민단체, 문화단체, 00연대도 내려놓음을 실천할 수 있다면, 인천은 좀 더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인천에서 끼친 영향이 얼마인데. 내가 인천에서 살아 온 시간이 얼마인데’하면서 욕심을 부린다면, 외형적으로 거대한 인천은 만들 수 있지만, 내적으로는 숨 쉬고 살고 싶은 인천은 사라질지 모른다. 힐만 감독이 실천했던 것처럼, 내려놓음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다음 세대를 키우는 미학(美學)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우리가 자라고 우리가 살아가는 인천에서라도 욕심을 내려놓고, 내려놓음의 확산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힐만 감독이 한국에 다시 왔올 때, "인천을 떠났던 시간이 나에게는 인천을 위한 최선의 행동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가을은 열매를 맺고 다음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비우고, 내려놓고 준비하는 시간이며, 떠나야 하고, 준비해야 하고, 슬퍼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계절이다. 가을은 엽록소를 줄이고 열매를 위해 다음 봄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계절, 내려놓음의 시간이다. 가을이 좋다. 가을 야구도 좋다. 가을 사람도 좋다. 가을의 내려놓음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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