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118분 / 드라마/ 12세 이상 관람가 
 
1982년 봄에 태어나 2019년 현재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지영(정유미 분).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홍보대행사에 입사한 그녀는 육아 탓에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늘 갈망하던 일을 그만둬야 하는 아쉬움은 사랑하는 딸 아영이 채워 준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사랑스러운 딸과 멋지고 자상한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은 그녀가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지영은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이 변해 가는 것을 느낀다.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시간이 늘어가고, 기억하지 못하는 현재의 순간이 점차 많아졌다. 지영은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마음은 답답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지영은 마치 귀신에 씌인 것처럼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명절에 시댁에 간 지영이 친정에 가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시누이 가족 때문에 시어머니에게서 ‘상을 차리라’는 말을 듣는다. 설거지를 하던 지영은 갑자기 친정엄마의 목소리를 내며 그들에게 "당신네 딸이 소중하듯 우리 지영이도 소중하니 친정에 보내 달라"고 내뱉는다. 

 어느 날은 남편의 죽은 친구 목소리로 남편에게 지영이를 잘 챙겨 달라고 부탁한다. 또 다른 날에는 친정엄마의 말투로 지영이에게 신경을 써 달라고 남편에게 말한다. 남편 대현(공유)은 그런 아내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아내가 상처를 받을까 지영의 상태를 알리지 않는다. 그런 대현에게 지영은 언제나 괜찮다며 웃기만 한다.

 2016년 출간돼 ‘페미 이슈’를 타고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원작 소설은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받는 성차별, 고용시장 내에서의 불평등 등 사회구조적 모순을 지적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다소 냉소적이고 건조했던 소설과 달리 온기 있는 시선을 유지하며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받아야 했던 차별을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한다.

 이 영화는 단편영화 ‘자유연기’로 제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네 어머니를 비롯해 누이, 여동생 등이 어떤 풍경 속에 있는지 둘러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23일 개봉한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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