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습니다. 나보다 잘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잠시 씨름 붐을 일으킨 사람으로만 남고 싶습니다. 운동에 집중해 아직 거머쥐지 못한 태백장사 타이틀을 차지하겠습니다."

황찬섭(22·연수구청)은 22일 씨름 활성화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이같이 밝혔다.

‘씨름계 아이돌’로 뜬 인천 연수구청 소속 황찬섭이 22일 연수구 용담공원 훈련장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수구 제공>
‘씨름계 아이돌’로 뜬 인천 연수구청 소속 황찬섭이 22일 연수구 용담공원 훈련장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수구 제공>

황찬섭은 지난 1월 인천 연수구청 씨름단에 입단했다. 경남대학교 시절 김원진(당시 울산대)과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 단체전 결승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지금까지 조회 수 200만 뷰를 넘을 정도로 씨름을 다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황찬섭은 최근 시합 때 팬들에게서 옷, 먹거리 등 선물까지 받는 씨름판 아이돌로 불린다.

황찬섭은 실력도 뛰어나다. 지난 19일 창녕장사씨름대회에서 태백급 2품(3위)에 올랐다. 대학 시절에는 경장급(-75㎏)에서 7관왕에 오를 정도로 명성이 대단했다. 연수구청 씨름단이 황찬섭을 스카우트하느라 진땀깨나 흘렸다는 후문이지만, 황찬섭은 "대학 3학년부터 오고 싶었던 팀이고, 감독이 발탁해 줘 온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황찬섭은 "아직 한 선수, 한 선수 다 상대하기 벅차고 힘들기 때문에 매 시합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자신감과 패기로 승부하고 강점인 들배지기로 화려한 씨름, 깔끔하고 빠른 경기를 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찬섭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교내 씨름대회에서 수준급 실력을 선보여 씨름 코치의 권유로 모래판에 발을 들였다. 연수구청 씨름단 입단 초기 증평 인삼배씨름대회에 나가 경장급 1위를 차지해 연수구와 찰떡 호흡임을 입증했다.

그는 "연수구청 씨름단에 와 씨름 붐을 일으킨 것도 연수구의 좋은 기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연수구청 씨름단은 구성원들이 젊고 운동 방식, 개인 지도 등이 좋아 신세대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찬섭이 가장 존경하는 씨름선수는 이만기 인제대 교수다. 언젠가는 이 교수처럼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고 씨름 활성화에 첨병이 되리라 상상하곤 한다. 그는 "나중에 예능을 하는 제 모습을 상상해 봤는데, 해 보고 싶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나중 일"이라며 "지금은 씨름에만 열중할 것이고, 계속 응원해 달라"며 씨름 팬들에게 부탁했다.

한편, 씨름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KBS는 조만간 태백·금강급 중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들을 대상으로 토너먼트 씨름대회(예능 형태)를 준비하고 있다. 11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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