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21일 발표됐다(찬성 51%, 반대 41%).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지난 1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에게 공수처 신설에 대한 여론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한 결과, 찬성 응답은 51.4%, 반대는 41.2%, 모름·무응답은 7.4%로 집계됐다. 찬성 응답이 반대 응답을 10.2%p 앞선 결과를 보인 것이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3월 2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공수처 신설에 대한 여론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했을 때보다 찬성이 줄고 반대가 늘었다. 3월 조사에서 65.2%였던 찬성 응답이 이번 조사에서는 13.8%p 줄었고, 23.8%였던 반대 응답은 17.4%p 늘었다. 

그런데, 이러한 여론조사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조사방법과 결과에 대한 신뢰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우선 여론조사 응답자들이 검찰 개혁 방안으로서 ‘공수처 신설’ 방향과 내용 및 그 의미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답변했는지 그리고 찬성과 반대 이유가 과연 합당한 근거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든다. 왜 검찰 개혁이 필요한지 그리고 검찰 개혁의 요체와 관건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심각한 고민 끝에 나온 응답인지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검찰 개혁은 형사사법체계 근간을 수술하는 일인 만큼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대하고도 어려운 문제로서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릴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 시행을 단순히 여론조사에 의존해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한편, 다른 여론조사 결과처럼 이 사안을 천편일률적으로 연령대별, 지역별, 지지정당별로 분석하는 것도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생각건대, 전문적 사안에 대한 여론조사에 있어서는 일반 국민들에 대한 여론조사와 더불어 전문가그룹에 대한 여론조사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법학자그룹, 검사그룹, 판사그룹, 변호사그룹, 법률소비자그룹 등으로 나눠 조사하고 그 의미를 분석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민심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여론조사는 필요하고 또 유용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대중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전문가들의 견해를 압도하게 된다면 우리 정치는 ‘중우정치(衆愚政治)’라는 저급한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부·여당은 검찰 개혁 필요성에 대해 더 충실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그 방법이 왜 꼭 ‘공수처 신설’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공수처에 대해 야당 등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더 체계적인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공수처 신설이 20여 년 전부터 거론된 사안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그 세부 내용을 잘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 

현재 제기되는 우려들은 대개 다음과 같다. "나쁜 정권이 들어서면 충성 경쟁으로 이어져 (공수처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 "공수처처럼 고위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기관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검찰 위의 검찰’ 구조로 옥상옥이 될 수 있다.", "공수처가 정권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 수사대상에 법관도 포함되는데 법관의 신분과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이 저해될 수 있다.", "현역 장성이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선진국 중에 유사한 입법례를 가진 나라가 없다." 등등. 

이런 우려들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도록 정부·여당은 인내심을 갖고 더 진지하게 설명해야 하고 열린 자세로 절충 또는 제3의 대안 마련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예컨대, 공수처를 국회나 감사원의 기구로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에 의존해 공수처를 밀어붙이기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크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기왕에 마련하는 검찰 개혁 방안이라면 대다수 국민들의 이해와 환영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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