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0.6%)를 크게 밑도는 0.4%에 머물렀다. 기업으로 치면 어닝쇼크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로써 한국경제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할 듯하다. 2%에 도달하려면 4분기 GDP 증가율이 잠재성장률(0.67%)보다 높은 0.97% 이상의 ‘경제 과열’이 발생해야 하는데, 작금의 수출 여건 또는 재정여력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3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분기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약속드린 내용(2% 성장)이 달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성장률 2% 달성 여부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1980년 석유파동과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우리는 성장률 2% 미만을 경험해봤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차이가 있다. 당시 위기는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충격인 반면 지금은 늪에 빠진 것처럼 절망과 무기력이 만성화돼 있는 점에서 다르다. 정부의 무능과 잘못된 정책이 이렇게 만들었다. 세수 호황의 기회를 성장잠재력을 키우는데 쓰지 않고, 단기 일자리나 선심성 복지를 늘리는 데 치중했다. 노동 개혁·규제 철폐 같은 인기 떨어지는 일은 외면하고, 최저임금·주 52시간·정규직화 등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만 고집했다. 그 여파로 세수가 쪼그라들자 이제는 후대가 갚아야 할 빚으로 성장률 2%를 만들겠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정반대로 갔다. 강성 노조에 굴하지 않으며 노동개혁을 밀어 부쳤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인하하고, 스타트업 육성 및 중소기업 지원은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 그 결과 지금 프랑스는 십수 년 이래 최저 실업률을 기록 중이며, 경제 활력은 독일도 능가할 기세가 됐다. 이렇듯 저성장을 극복하는 열쇠는 개혁뿐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동력 제고와 생산성 향상, 성장동력 확보와 투자확대 등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경제체질 개선이 정부가 할 일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2%를 달성’할 필요는 없다. 빚으로 쌓아올린 사상누각이 무슨 의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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