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훈 (사)신규장각 분당판교미래전략연구소 대표
김찬훈 (사)신규장각 분당판교미래전략연구소 대표

분당에 제1기 신도시가 조성된 지 벌써 30년이 됐다. 천당 밑에 분당이라 회자될 정도로 명품도시로 자리잡았다. 비록 기존 성남 시가지와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되지는 못했다거나 자족성이 뒤지는 주택단지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경제적으로나 교육과 문화적 측면에서 제1기 신도시 분당은 도시공동체로서의 품격이 충분히 갖춰져 왔다. 

특히 지난 2009년 판교신도시에 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면서 분당신도시는 디지털 4.0의 4차산업 거점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최근 분당 모습을 보면 명품도시로서의 명성을 훼손하는 일이 눈에 띄게 늘었다. 무엇보다도 계획 당시 유치된 가스공사, 주택공사 등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이어 주택 노후화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재건축 등 정비 계획이 없어 사회적 혼란도 걱정이다. 반면에 서현동 110번지가 공공택지 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거꾸로 가는 행정에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판교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임차인들은 분양 전환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또 인구 구조 면에서도 청소년은 조성 당시 26.5%에서 2017년 11.6%로 줄어들고 있으나, 노인층은 4.5%에서 16.8%로 크게 증가하는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연간 생산액도 80조 원 전후에 머물고, 더 이상 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분당 시민의 해묵은 숙원사업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단연 분당시로 승격(독립)일 것이다. 분당신도시 계획 당시부터 분당은 분당시 독립과 분구가 예정돼 있었고, 현 분당구청은 시청으로, 야탑동 346번지와 정자동 22번지에는 2개 구청이 들어서야 했다.

이처럼 분당은 애초부터 자족적 독립도시로 계획됐기 때문에 기존 시가지와 연계도 거의 없으며, 주민들도 대부분 성남이 아닌 분당 주민으로서의 소속감이 강하다. 특히 시 승격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법상 인구 5만 명 이상, 시가지 주거인구 및 도시생업 종사가구가 각각 전체의 60% 이상, 1인당 지방세 세납액이 인구 10만 이하 시의 평균 이상이 필요한데 분당은 이미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다. 

분당 테크노파크와 판교 테크노밸리를 갖고 연간 80조 원이 넘는 생산액을 자랑하는 분당을 ‘분당디지털특별시(자치)’로 만들어, 대한민국 4차 산업 혁명의 글로벌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분당디지털특별시는 특허청 사무소와 기술거래소도 자율주행 차량도 AI, 빅데이터, IOT도 공유경제도 제조 스마트화도 수소경제도 가장 빠르고 경제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 분당디지털특별시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첫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도시로 거듭나는 것이다. 연간 매출액이 100∼200조를 넘는 거대한 4차 산업 특구가 향후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모델로 돼 다른 지역까지 경제적 파급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동시에 외국투자와 기업 유치를 통해 도시의 소비경제가 활성화되고 문화적 수준도 질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 결과 선진화된 자본주의 도시 분당디지털특별시 시민들 소득은 7만 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도시의 정체성 확립이다. 신도시들의 한계로 지적되는 서울 등 중심도시에 종속된 베드타운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독립된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도시의 정체성은 도시 내 주민들에게 지역 소속감을 갖고 지역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도 행정 서비스의 생산 및 공급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시장의 자발적 선호를 반영함이 타당한 지방공공 서비스도 충족이 가능하다. 여기에 정치·행정적 기능을 확충함으로써 주민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 정치·민주적인 측면에서 보다 성숙한 자치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행정적 의사 결정이나 행정기능 수행의 거래 비용 측면에서도 높은 효율성을 가질 수 있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가장 적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한 분당디지털특별시는 서현동 110번지와 같은 일방통행식 관료 행정의 폐단을 없애고, 갈등보다는 하나된 성숙한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간·지리적 시각에서는 공간상에 분당특별시를 중심으로 생활권의 범위와 행정구역을 일치시켜줌으로써 주민 생활양식의 질서와 지방행정을 밀착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 속에서 1기 신도시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현재, 정부는 서울의 집값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신도시를 늘리는 것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1기 신도시의 미래 발전을 위한 성장전략을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30여 년이 된 도시는 100조 원을 훨씬 넘는 생산 규모를 갖고, 독립된 분당시민들은 30년 후 7만 달러 소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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