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이달 말께 중구 개항장 문화재 시설인 옛 제물포구락부를 3년 동안 위탁관리·운영할 단체를 모집할 계획인 가운데 커피 문화체험을 더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맥주와 커피 판매 계획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운영 과정에서 상업성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시는 상업적인 카페 조성과 전혀 다른 계획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현존하고 있는 건물 중 아직도 원형이 제대로 보존돼 있고 시민들이 찾고 이용하는 제물포구락부 본연의 기능인 박물관이나 공연·전시 쪽이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올 한 해 시는 제물포구락부의 기능 전환을 계획하고 단기 위탁을 통해 역사·강연·공연이 어우러진 렉처콘서트 등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한 세기 동안 사회단체, 공공기관, 시립박물관을 거쳐서 인천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고품격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반가운 시도였다. 그러나 문화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였지만 강연이나 공연이 있는 날을 빼면 여전히 공간 활용이 저조하다는 한계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커피 문화체험 운영이 시민의 이용도를 높이기 위한 인천시의 고육지책일 수도 있겠으나, 위탁업체가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커피 체험에 무게를 싣게 되면, 개항장 일대 카페 등 민간 영역을 침해할 여지가 다분하다. 더욱이 위탁공모 자격도 기존의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법인·단체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범위를 확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커피를 활용한 문화 기획에 강점을 가진 사회적 기업이 동시에 역사문화 분야까지 아우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문화재형 사회적 기업 등의 제도가 있음에도 인천은 아직 등록사례조차 없다고 한다. 

제물포구락부는 일제 수탈의 역사뿐 아니라 인천이 성장해 온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이다. 따라서 이를 잘 보존하고 시민 활용도를 높일 대책 마련은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 현재의 경직된 운영을 개선할 다양한 방법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사회적 기업 등에 운영권을 넘긴다면 복합 역사문화 공간의 활용 가능성이 차단될까 우려된다. 제물포구락부의 정체성을 살리고 시민 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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