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상가가 인천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면서 정례회를 진행 중인 인천시의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을 놓고 인천시와 상인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기존 조례가 상위법에 위반돼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상인들은 조례 개정을 반대하며, 물리적 충돌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본보는 지하도상가와 관련한 갈등의 원인과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고, 합리적인 해소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천 지역 지하상가 상인들이 지난 7월 2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시가 추진 중인 조례개정을 규탄하며 피해보상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 지역 지하상가 상인들이 지난 7월 2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시가 추진 중인 조례개정을 규탄하며 피해보상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지역에 지하도상가가 처음 조성된 것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굴다리 지하도에서 형식 없이 운영되던 동인천 상가가 1972년 새동인천 지하도상가로 모습을 갖췄고, 이후 주안·부평·제물포 등 지역 곳곳에 지하도상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8년 부평 대아지하도상가를 마지막으로 현재의 15개 지하도상가가 조성됐다.

지하도상가는 시가 아닌 민간이 돈을 투자해 조성됐다. 돈을 투자한 상인들은 개발사로부터 상가 분양권을 받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얻었다. 당시 계약기간은 2001년까지로, 이 기간 이후 지하도상가 소유권은 시로 넘어간다. 시는 지하도상가를 기부받기는 했지만, 보수나 관리를 위한 비용 등의 부담이 크다고 판단되자 2002년 관련 조례를 만들어 권한을 상인들에게 넘긴다. 이 조례가 바로 현재 시가 개정을 추진 중인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다.

시는 조례 제정 당시 상인 등 여러 당사자들의 의견을 담아 민간 재위탁, 양도·양수·재임대를 허용하는 조항을 넣었다. 또 상인들이 상가 보수 및 현대화 등에 들인 비용은 그대로 보전해주는 대신 수의계약 형태로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시 조례에서는 허용되던 상가 양도·양수·재임대가 상위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어긋났기 때문이다. 

10일 현재 인천지역 15개 지하도상가에 있는 3천579개 점포의 85%가 권리금 등을 받고 재임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인들은 시 조례를 믿고 재산을 투자해 상가를 사고팔았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결국 불법을 저지른 셈이 됐다.

이는 감사원 등 국가기관에서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2007년 행정자치부를 시작으로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 지난해 10월 감사원 특정감사 등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인천지역 13개 지하도상가의 2천815개 점포가 불법 재임대로 1년에 460억여 원의 임대수익을 내고 있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뒤늦게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시가 상정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전부 개정조례안’은 상위법에 어긋나는 양도·양수·재임대 등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다만 상인들의 피해를 고려해 개정 조례 시행 후 양도·양수 및 재임대 금지에 2년의 유예기간을 둘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잘못된 조례를 근거로 운영되던 지하도상가를 이제라도 시민의 재산으로 환원하고, 공정하게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려는 것"이라며 "조례를 믿고 최근 상가를 임대 받은 상인 등 이번 조례 개정으로 피해를 입는 시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가 조례 개정을 통해 상황을 바꾸려고 시도하지만, 상인들이 불법을 저지르도록 조례를 통해 부추긴 책임을 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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