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 인천시평생학습관 평생교육부장
최용석 인천시평생학습관 평생교육부장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인력양성 패러다임도 초·중·고 등 학령기 중심에서 평생교육으로 재편될 것이라 한다. 헌법 이념과 국가 책무로 규정돼 있던 평생교육이 법제화로 양·질적으로 빠르게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제정된 지 20년이 지나, 평생교육 정책을 둘러싼 사회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평생학습 정책 패러다임이 ‘공동체 삶’을 지향하고 있음에도 현장의 평생교육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평생교육은 관이 주도하는 공적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에 힘써 왔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경쟁력과 주민 역량을 높이는 전략으로 ‘평생학습도시’, ‘평생학습축제’를 개최하고, ‘평생학습관’ 등 크고 작은 평생교육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더 많은 강좌 수와 수강생을 목표로 기간과 프로그램을 짜면 주민이 참여하는 구조로 진행되다 보니, 직장인이나 남성 참여율은 적고 은퇴자나 경력단절 여성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평생학습 이미지가 주민자치센터에서 주로 이뤄지는 취미나 여가선용 위주 생활문화 강좌 프로그램으로 고착화되는 측면이 있다. 강의실로 한정된 평생학습으로는 주민의 자발성과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갈 수 없다. 

시대 변화에 맞게 생활권을 고려한 평생학습 체제와 주민이 주도적으로 만드는 학습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평생교육이 주민이 거주하는 생활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주민의 주체적 학습 참여로 새로운 학습자를 확대하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근거리 생활권인 아파트 단위 커뮤니티 공간과 같이 촘촘한 평생학습체제에서 주민이 슬리퍼를 신고 자녀와 함께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학습이 일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학습공간이 있는 아파트 단위에서 입주자대표회 등이 강좌를 개설하고 지자체와 평생학습기관에서는 강사 지원과 평생교육사 등 학습 매니저를 배치해 학습체계 구축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해준다. 

아울러 평생학습 기관에서는 강좌를 운영할 주민과 강사를 대상으로 마을교육활동가 양성 강좌를 제공한다. 우리 마을 어디에나 숨은 인재를 찾아 주민강사를 활용한 재능기부 강좌도 개설할 수 있다. 아파트 단위 공간 여건이 어려울 경우 인근 학교 유휴교실을 이용하면 된다. 아파트에서 발생되는 이웃 간 분쟁인 층간소음, 주차문제,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입주자대표회와 입주민 간 갈등을 주민 스스로 발견하고, 상호학습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이웃과 소통 기회를 늘리는 동시에 주민역량 강화와 삶의 질 향상 등 공동체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평생교육법 이념에 따라 모든 국민은 평생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도록 돼 있지만 시·군·자치구별 재정 상태나 여건에 따라 주민에게 제공하는 평생교육 질 부분에 지역 간 편차가 심하다. 광역 단위 시도 교육감이 평생학습관을 설치·운영하도록 돼 있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교육감이 설치한 인천시평생학습관은 평생학습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연간 30만여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인천의 대표적인 학습관이다. 취· 창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 및 전문능력 향상을 위한 직업능력과 인문교양으로 특화된 200개 넘는 정규 프로그램을 포함해 학부모, 교직원, 시민대상 강좌 등 500개 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평생학습관이 마을과 지역사회에 다가가는 학습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례 개정을 통해 새해부터는 인천시평생학습관에서 ‘인천광역시교육청 평생학습관’ 명칭 개정과 더불어 주민의 평생학습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마을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마을교육활동가 양성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평생학습기관과 지자체, 지역사회 주민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마을이라는 공동 공간에서 아동·청소년을 비롯해 모든 주민에게 공동체 학습 관계를 만들어 가는 실천적 평생학습의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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