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8시께 수원시 원천동 법원사거리 주변 전깃줄에 떼까마귀들이 앉아 있다.
지난 12일 오후 8시께 수원시 원천동 법원사거리 주변 전깃줄에 떼까마귀들이 앉아 있다.

초겨울이 시작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수원지역에 떼까마귀가 찾아와 수원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전신주와 가로등에 앉아 도로에 세워져 있는 차량과 행인에게 분변을 배설하는 등 민원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8일 1천여 마리의 떼까마귀가 시내 상공을 경유해 오산과 용인 방향으로 날아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9일에는 인계동 가구거리 주변 전신주에 내려앉은 200여 마리의 떼까마귀가 포착됐다.

배설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시는 10일 레이저 퇴치기를 이용해 가구거리에 있는 떼까마귀들을 쫓아냈다. 11일에는 좀 더 많은 1천∼1천500여 마리의 떼까마귀가 아주대삼거리와 법원사거리 주변에 모였으며, 시는 12일 레이저를 쏴 몰아냈다.

떼까마귀는 시베리아와 몽골에서 새끼를 낳고 여름을 보낸 뒤 겨울에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로, 2016년 12월부터 매년 겨울마다 수원시를 찾고 있다. 시는 최대 3천여 마리가 넘는 떼까마귀가 찾아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떼까마귀는 낮에는 서수원 일대나 화성·평택의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한 뒤 해 질 녘인 오후 5∼6시부터 수원으로 찾아와 숙면한다.

시는 떼까마귀가 2016년부터 갑작스럽게 수원에 머물게 된 이유로 주변 지역의 신도시 개발로 인해 전깃줄이 지중화돼 앉을 장소(전깃줄)가 없어지면서 수원 원도심으로 찾아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떼까마귀들이 밤을 보내기 위해 바람을 막아주는 커다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을 찾으면서 법원사거리, 인계사거리 등 수원 주요 도심에 자리잡는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한 무리의 떼까마귀가 온 것으로 파악되며, 시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떼까마귀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며 모니터링 중이다.

시는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레이저 퇴치기를 이용해 피해가 최대한 적은 지역으로 떼까마귀를 내쫓기로 했다. 떼까마귀는 레이저 퇴치기에서 나오는 불빛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특히 떼까마귀가 앉아 있던 거리의 배설물을 청소하고,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까마귀의 생태를 알리는 홍보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떼까마귀는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옮기지는 않지만, AI 유행이 예상될 경우 배설물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퇴치활동을 시작한 뒤로 떼까마귀 발생 초기보다는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이동 경로를 파악해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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