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는 군사정보를 더 이상 공유하기는 어렵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거듭 확인한 가운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막판 연장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 오는 22일 자정부로 종료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과는 군사정보를 더 이상 공유하기 어렵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재차 밝혔다.

에스퍼 장관이 미국 정부 입장을 대신해 지소미아 연장을 요청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원칙과 명분으로 미국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를 빌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가장 큰 원인으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있다는 점을 거듭 상기시킨 뒤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문제 해결의 열쇠가 일본에 있다는 점은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지소미아 시한 만료가 다가오면서 미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요구는 압박에 가까울 만큼 전방위적이다.

에스퍼 장관을 비롯해 미 행정부는 그동안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소미아가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한미 안보협의회(SCM) 회의 종료 직후 열린 양국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전시 상황을 생각했을 때 한미일이 효과적, 적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지소미아 만료나 한일관계의 계속된 갈등 경색으로부터 득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는 주장까지 펼치며 적극적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기 어렵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결국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문제를 풀 당사자는 일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원칙론을 고수하고 나선 것은 ‘명분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이 "한미일 간 안보 협력도 중요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극적 해결’의 여지는 남긴 상황이어서 남은 기간 해법 찾기를 위해 한일 양국이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