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90.48㎞. 슈퍼스포츠카를 뛰어넘는 성능을 지닌 하이퍼카 ‘부가티 시론’이 지난 8월 2일 독일의 한 트랙에서 달성한 공식 기록이다. 이는 전 세계 양산차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세계 슈퍼카 시장은 매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고 속도 기록을 거침없이 깨부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일부러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낮추는 움직도 나타난다. 독일 A사가 2020년까지 자동차 인명사고 제로를 목표로 자회사 차량의 최고 속도를 시속 180㎞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같이 기계문명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 ‘사람이 먼저’, ‘안전이 먼저’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캠페인은 인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안전속도 5030’이 그것이다. 간선도로(대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 낮추고 어린이보호구역 등 보행자 안전이 필요한 이면도로는 시속 30㎞ 속도를 제한하는 정책이다. 백범로∼호구포로∼매소홀로∼경원대로 등 총 8㎢이 속도 하향 구간이다. 

인천경찰청은 부산, 대구, 울산, 세종 등 사례를 통해 간선도로의 제한속도를 하향하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최소 21%에서 최대 75%까지 줄어든 근거를 들면서 인천에서도 조만간 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행히 시행 1개월이 경과한 현재 시민들의 반발 민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 드라이버와 고도 기계문명의 성과물을 향유하기를 좋아하는 일부 시민들은 속도하향 정책이 여전히 마뜩잖다. 이들은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속도를 50㎞에 맞춰 달리라는 게 말이 되냐’고 끊임없이 불평을 한다.

하지만 지난달에만 인천에서 9명의 보행자가 달리는 차에 치여 숨졌고 올해 누적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40여 명에 이르는 상황을 외면할 수가 없다. 사람 먼저·사람 우선의 교통안전정책은 확대·정착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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