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든 경기로 인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시장상권 진흥 업무를 전담하는 공공기관을 설립했다.

지난 10월 수원컨벤션센터에 문을 연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민선7기 경기도가 설립한 첫 공공기관이기도 하다.

도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업부터 성장, 폐업, 재기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지원을 하고, 급변하는 소비환경에 맞춰 특화전략 수립까지 수행하게 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초대 임진 원장에게서 시장상권진흥원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임 원장은 "지금은 시장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을 목표를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시점"이라며 "당장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는 상인들의 폐업을 조금이라도 늦춰 보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진흥원의 첫 번째 미션을 소개했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의 시장상권 전담기관의 기관장으로 취임하게 된 소감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자영업자들에게 ‘혜민서’와 같은 공공기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혜민서를 통해 조선시대 이전부터 왕족과 양반의 전유물이었던 의료복지가 확대돼 일반 백성들도 치료를 받고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의 자영업이 10곳 중 6∼7곳이 폐업하는 불치병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혜민서처럼 자영업자들의 생명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곳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해 나가고 싶다.

 현재 경제활동 인구 중 25%가량이 자영업자이다. 누군가에게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 임금을 주는 사람이 전체의 4분의 1인데, 시간이 흐르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자영업자의 비중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제1목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휴업·폐업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으로 폐업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부의 지원 방식에 문제가 다소 있다. 국내 자영업 시장이 불치병에 걸려 있는 수준인데 환자에게 영양제와 건강보조제만 계속 주면서 불치병이 낫기를 바라고 있는 모습이다. 환자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제를 통해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 방식이 간접지원 방식 중심이고 영양제·보조제 같은 형태인데 불치병에 걸린 사람은 그런 것으로 살릴 수 없다. 충분히 진단을 해서 치료해야 한다. 상인들이 조금 기분 나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문제를 정확하게 개선해 줘야만 버텨 낼 수 있다.

-골목상권을 지원해 오던 기존 공공기관과 경기시장상권진흥원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업무는 본래 중앙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운영하면서 지원해 왔다. 그렇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서 이 업무를 정부가 할 일인지, 지자체가 할 일인지 판단해 보면 당연히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네트워크가 그 지역을 챙겨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재정분권 차원에서 광역으로 시장상권 진흥 업무를 이관시켜 줘야만 시·군에서도 의지를 갖고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설립은 경기도가 그러한 사회 변화를 이끌기 위해 첫 번째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를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경기도가 17개 시도 중 처음으로 자영업자를 어떻게든 지켜보겠다고 메시지를 던진 것은 정부가 더 이상 자영업자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동안 여러 정책을 통해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지만 우리는 지원의 문턱을 많이 낮출 것이다. 그동안 상인들이 행정 지원을 받으려면 여러 증빙을 직접 해야 하는데다 준비해야 할 서류도 너무 많아 막상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어려운 여건이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직원들이 현장을 찾아가 어려움을 보면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부 잘못된 생각을 하시는 분들 때문에 전체 상인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안 된다. 책임을 확실히 하고 지원된 내용에 대해서는 감사를 철저히 하면 된다. 공공이 정부 지원 문턱을 낮춰 주면 폐업이나 휴업으로 가는 자영업자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주도적으로 수행할 예정인 경기도 지역화폐 관련 계획은.

 ▶경기도 지역화폐의 인센티브 효과가 얼마나 크냐면 지역에 따라 6% 또는 최대 10%까지 주고 있는데 각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 차원에서 보면 엄청나게 큰 것이다.

 경기도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드 방식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개별 가구의 기존 소득에 최대 10%에 달하는 소득을 올려 주는 역할을 한다. 

 지역화폐의 사용처가 대기업이나 대형 유통망이 아닌 모두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지역화폐는 많은 사람을 시장으로 모이게끔 해 주는 ‘떡밥’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60억 원이나 100억 원이라는 떡밥을 지역화폐의 인센티브로 지원하면 1천억 원이 지역 상권에 돌아오는 것이다. 100억 원이라는 정책자금이 아깝다는 의견도 있지만 자영업의 폐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발생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다. 지역화폐가 올해 목표치를 벌써 초과 달성하고 내년에는 이미 8천억 원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도민들에게 정착된 정책으로 보인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만의 지원책은.

 ▶상인들이 의사결정과 정책 방향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와 구조, 기구를 만들어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믿는 쪽은 상가마을공동체이다. 효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시장 지원 방향들이 공동체를 통해 도출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원을 하더라도 단체가 요구하면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사안이 된다. 각 지역의 조직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하나, 권역별센터를 남양주·광주·시흥 3곳으로 조직할 계획으로, 3곳 모두에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상인회의소’를 구성할 예정이다. 시장상권협의체를 두고 각 권역별로 분과위원도 설치할 예정으로, 소상공인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의 방향성, 예산의 안배 등에 직접 관여하게 하려 한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나라는 세상에 날 때부터 상인은 없지만 언젠가는 상인이 될 수밖에 없는 나라이다. 그래서 상인이 곧 도민이고 도민이 곧 상인이다. 그렇다고 보면 진흥원이 지켜 드려야 하는 소상공인들이 전체 도민의 99%인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도민들이 실제 살고 있고 삶의 터전으로 활용하고 있는 작은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을 자랑거리로 만들어 드리고자 하는 것이 진흥원이 시도해 나갈 일이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