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났다. 최선을 다한 수험생들의 노고에 격려와 성원을 보낸다. 하지만 수능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수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수능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졸업까지는 정해진 교육과정을 마쳐야 하고, 대학별 수시 논술고사 대비는 물론이고, 정시 모집 원서접수와 대학별 전형 등 일정이 남아 있다. 그러나 12년 동안 학생들을 옭아맸던 교과서와 학생부가 사라진 고3 교실 현장 분위기는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들의 수시모집 인원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면서 이 같은 혼란도 더 커져 11월 이후 고3 교실 무용론에 이어 조기 졸업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 교육청은 매년 여러 대책을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내지만 그 효과는 의문이다. 물론 고등학교가 단순히 대입 준비 학교가 아니라 자체 교육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게 최선이라는 교육당국의 입장이 이해는 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교에서는 정해진 교육과정 때문에 학생들을 등교토록 독려하고 있지만, 오전 시간을 적당히 때우고 점심밥을 먹고 가는 단축수업을 위해 등교를 해야 하니 이러면서도 꼭 학교에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학생들은 출석했다는 것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등교를 하고, 뻔히 알면서도 방치해야 하는 교사들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부 학교는 체험학습이나, 문화체험 기업체 탐방 등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단발성에 그치고 있어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수업에 관심을 가질 만한 프로그램 마련이 요구된다. 

고3 교실의 파행을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없이 교사와 학생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경우라도 수능이후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는 건 비교육적이다. 이미 시기적으로 늦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수능이 끝났다고 마치 인생에서 공부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다시 시작할 마음이 생기도록 수능 이후의 교실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가 됐다. 고3 학생들은 수능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동안 노력과 수고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인생은 수능이 끝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졸업할 때까지 학생의 본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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