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복 안양소방서 생활안전팀장
박규복 안양소방서 생활안전팀장

소방의 역사는 600여 년 전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화도감이라는 화재 전담기관이 있었는데 바로 소방의 효시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서인 경성소방서도 1925년 개서했다. 결코 짧지 않은 명실상부한 재난대응 총괄기관인 소방 역사를 돌아볼 때 불조심 강조의 달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소방조직은 매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고 있다. 화재 예방 환경 조성을 위해 ‘비워요 소방도로! 채워요 안전의식!’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아 화재 예방 포스터·표어·사진 등 공모전과 캠페인, 전광판을 통한 홍보영상도 한창이다. 어릴 적부터 교육이 중요하듯 가족이 함께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및 체험프로그램도 횟수를 거듭할수록 진화 중이다. 

필자는 매년 이 시기가 다가오면 설렘과 기대감에 부풀어 매력적인 대국민 홍보활동에 빠져 들게 된다. 이번에는 어떤 이벤트로 도민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기억에 남는 시간을 만들어 줄까? 하는 생각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그중에서도 소방학교에서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도민대상 안전교육에 깊은 애정과 관심이 많다. 10여 년 전 학교 교육계의 화두는 행복교육과 창의인재 양성이었다.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문제에 유연한 사고로 대처할 수 있는 융합기반 지식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필요로 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방대한 교육정보의 집대성화와 빅데이터화를 통해 교육과 절차, 전인교육, 가치 지향성 등 다양화된 정보를 하나로 모아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 대세가 됐다. 

우리는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피교육자에게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의 변화된 모습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학계는 말하고 있다. 교육의 어원을 풀이하자면 한글과 한자, 희랍어, 라틴어에서의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한글에서의 교육은 ‘가르치다’와 ‘기르다’의 합성어로 구성돼 있다. 한자가 익숙치 않은 요즘이지만 교육(敎育)이라는 한자어에서의 교(敎)는 본받을 효와 아들자, 즉 막대기를 들고 방향을 제시하는 복(卜)과 어른 수 자로 쓰여진다. 어른은 막대기를 들고 방향 제시를 하고 자식은 그러한 어른을 공경하며 본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육(育)은 자(子)와 육(肉)의 합성어로 아기가 어머니의 태내에서 나오는 모양으로 ‘태어난다’는 뜻에서 ‘자라다’, ‘기르다’의 뜻으로 발전했다. 그러므로 교육이란 훈육과 양육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특히 어떤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하는 작업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학자들마다 다소 다르다 하더라도 교육을 통해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의식상태 등 의도하는 목표나 목적에 따라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의 효과는 행동의 변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이 지향하는 의미 보다 앞서는 것이 바로 안전이라 할 수 있는데 ‘안전은 교육의 모든 조건 위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경기도 소방의 캐치프레이즈 중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단어도 ‘안전’이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앎을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 듯, 안전이야말로 실천이 몸에 배어있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교육의 목적이 인간의 행동 특성을 변화시켜 조화로운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고 한다면, 특히 소방교육은 독립적일 수 없기에 안전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면서 전개돼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어릴 적부터 안전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안전에 미성숙한 인간을 교육을 통해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 거듭나게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도 인근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인해 아직까지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소방 동료들과 실종자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다. 재난은 늘 그랬던 것처럼 예고 없이 찾아와 시련을 안겨주기에 소방의 미래가 순탄하다고 할 수 없다. 대한민국 소방관으로서 안전과 교육이 하나의 결합체로서 완전해 지는 날까지 나의 소임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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