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자체도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시대에 대비한 전략적인 교류와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지방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게 세계화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는 ‘세방화(世方化)’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의정부시는 해외 여러 도시들과 우호관계를 맺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교류하고 있다. 특히 경기북부의 중심도시로서 동북아 평화사상과 공공외교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한중 협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지난 수년간 중국과 활발한 공공외교를 추진해 온 의정부시의 국제적인 활동과 성과를 짚어 봤다. 

안중근 의사 동상 제막식.
안중근 의사 동상 제막식.

# 의정부시와 중국 교류에 물꼬를 터 준 ‘차하얼(察哈爾)학회’와 ‘한중 공공외교평화포럼’

 의정부시는 2015년부터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매년 중국 차하얼(察哈爾)학회와 함께 ‘한중 공공외교평화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차하얼학회는 2009년 중국 정·재계와 학계에 영향력이 있는 한팡민(韓方明)박사가 주도해 만든 단체로, 국제전략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특히 공공외교 부문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평화포럼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학자들이 동북아 거버넌스 역할을 강조하는 행사로,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개최돼 아시아 평화 번영의 필수 요건으로 양국 공공외교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의정부시가 대학이나 학술연구기관이 아님에도 중국과의 포럼을 추진한 것은 시의 지명이 조선시대 최고 의결기관인 의정부(議政府)의 관청 명칭에서 유래된 것을 꼽는다. 또한 반세기 동안 주한미군기지 주둔 등으로 인해 평화를 향한 희망과 쓰라린 아픔이 공존하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의정부시는 앞으로도 아시아 주요 도시들과 지속적으로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고, 차하얼학회와의 유대를 돈독히 해 나아간다는 전략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 문명 대화 대회에 참석해 ‘미래를 공유하는 아시아의 지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 문명 대화 대회에 참석해 ‘미래를 공유하는 아시아의 지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중국과의 지속적인 교류·협력, 안중근 동상 유치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2015년 평화포럼 당시 시는 차하얼학회와 안중근 의사 동상 설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안중근 의사 동상은 2014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제작됐다. 동상 제작은 민간교류사업으로 추진, 차하얼학회가 맡아 쌍둥이 동상을 만들어 1개를 한국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안병용 시장이 중국을 방문해 한팡민 박사와 중국 여러 기관·부서를 설득해 동상을 기증받은 뒤 지난해 제막식까지 치렀다.

 한팡밍 박사는 안중근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 평소 안중근 의사를 존경했고, 동상 기증에도 앞장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중근 의사 동상은 중국인 조각가 추이위(崔宇)작가가 직접 제작한 작품으로 너비 1.3m, 길이 3.7m, 높이 2.5m의 청동으로 이뤄져 있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려고 달려가면서 품 안에서 총을 꺼내는 형상이다. 

 동상이 설치된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은 과거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캠프 홀링워터 부지다. 이곳에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베를린장벽 평화공원도 조성돼 있다. 현재 안중근 의사 동상이 더해져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계승하는 호국과 평화의 상징, 그리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 의정부시, 지방자치단체로는 이례적으로 국제행사 통해 ‘공공외교’ 중요성 피력 

 안병용 시장은 2014년 9월 중국 장자커우(張家口)시에서 차하얼학회와 한국국제문화교류원이 주최한 ‘평화포럼 2014’에 참석해 ‘안중근 의사 동양평화론에 관한 고찰과 현대적 재조명’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실질적인 평화공존을 통한 동양평화 실현 방안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중국인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그해 안중근평화재단 주최로 열린 시상식에서 ‘2014년 안중근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열린 한중 공공외교 평화포럼.
국회에서 열린 한중 공공외교 평화포럼.

 안 시장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줄곧 지방자치단체 간 국제 교류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이를 적극 실천해 왔다.

 이 같은 중국과의 교류 덕분에 안 시장은 지난 5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문명대화대회’에 초청받았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통상적인 국제 외교행사에서는 각 국가당 정부대표 1인만이 연설 또는 발표가 허용된다. 

 이 대회는 시진핑 주석이 대회 창설을 제창해 올해 처음 열린 행사로,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메인스타디움 냐오차오에서 개최됐다. CCTV 등 중국 중앙언론과 외신을 통해 세계에 방영되기도 한 초대형 국제행사로 그리스·싱가포르·스리랑카·캄보디아·아르메니아 정상과 아시아 47개 국가의 대표,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관계자를 포함해 총 2천여 명이 참석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은 안 시장은 ‘미래를 공유하는 아시아의 지혜’란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영어와 중국어로 중국 차하얼학회와의 교류 성과를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간 실질적인 상호 이해와 협력이 공동 번영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임을 피력했다. 

 안병용 시장은 "중국과의 문화외교는 2016년 사드 사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고 공식 문화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행사를 계기로 한중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운명공동체라는 큰 틀 안에서 상호 우정과 신뢰를 구축하고 돈독한 관계로 발전해 나가길 희망한다. 의정부시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도시와 문화를 공유하고 공동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평화의 중심 도시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정부=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사진= <의정부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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