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사랑하는 대상이 있으면 누구나 행복해 합니다. 사랑은 그리움입니다. 그리움은 ‘보고 싶다는 갈망’입니다.

그런데 혹시 그 사람이 곁에 있는데도 그리움을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독자 여러분은 진짜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겁니다.

류시화 시인은 이렇게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곁에 있어도 그리워하는 대상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 대상이 연인이든 부부이든 자식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그런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를 겁니다. 

곁에 있든 없든 상관없이 그 존재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쁠 겁니다. 그런 대상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인터넷에서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손을 잡고 다녔습니다. 다정다감해보이기도 했지만 어느 때는 조금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서로를 무척 사랑하시나 봐요. 항상 손을 꼭 쥐고 다니시는 걸 보면요."

이 물음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응답했습니다.

"우리는 손만 붙잡고 다니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서로 ‘꼭꼭꼭’, ‘꼭꼭’을 한답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까, 할아버지는 사랑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다니다가 내가 엄지손가락으로 아내의 손에다 ‘꼭꼭꼭’ 하고 세 번 누르면 아내도 엄지손가락으로 ‘꼭꼭’ 하고 반응하죠. 우리 둘 사이에서 ‘꼭꼭꼭’은 ‘사랑해!’라는 표시이고, ‘꼭꼭’은 ‘나도!’라는 표시예요."

왠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그러나 이 노부부의 사연을 알고 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노부부의 이웃에는 그들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부부가 살았는데, 그들도 젊은 연인들처럼 손을 항상 꼭 붙들고 다녔다고 해요. 어느 날 부인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고 말았답니다. 이제 부인은 중환자실에서 산송장처럼 누워만 있었습니다. 숨만 쉴 뿐 말을 하지 못했고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잊고 있던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것은 함께 걸으면서 했던 행동, ‘꼭꼭꼭’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내의 엄지손가락이 서서히 조금씩 움직이더니, 힘겹게나마 ‘꼭꼭’ 하고 자신의 손등을 누르며 반응을 한 것입니다. 아내가 살아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꼭꼭꼭’, ‘꼭꼭’을 계속하자 점차 아내의 손에 힘이 생기더니, 얼마 후에는 기적적으로 아내의 의식도 돌아왔다는 겁니다. 

이 일을 계기로 그 노부부도 손을 잡고 다니기 시작했고 ‘꼭꼭꼭’, ‘꼭꼭’을 실천해왔다는 거예요. 이 사연을 듣고 보면 이 행동이 유치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이끌어내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는 저절로 힘이 생겨납니다.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펼 수 있을 만큼 활력을 되찾곤 합니다. 이게 바로 사랑이 주는 놀라운 선물입니다. 사람을 활기차게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노부부는 자신들만의 사랑법인 ‘꼭꼭꼭’, ‘꼭꼭’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것이 확인되는 순간 그들은 다시금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더 깊게 만들어 줬습니다. 

그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류시화 시인이 말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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