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얼마 전 직원 결혼식에 참석했다. 요즘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래서 신랑, 신부는 영상을 통해 하객들에게 자신들의 만남에서부터 결혼 후 살아갈 각오까지 정성스럽게 보여주기도 한다. 가히 영상세대라 할 만큼 다양한 기법으로 개성 있는 영상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을 소개하는 큰 효과를 얻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신랑 아버지는 축사에서 귀를 쫑긋하게 하는 말을 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며느리가 서로를 바라볼 때 상대의 장점은 볼록렌즈로 보고 단점은 오목렌즈로 보길 바란다"는 조언이 참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 깊은 공감을 했다. 

잠시 학창시절로 돌아가 과학실험실 상황을 떠올려 보자. 볼록렌즈를 지나온 빛은 한곳에 모인다. 빛이 모이는 곳을 초점이라 하고, 렌즈 중심에서 초점까지 거리를 초점거리라 한다. 오목렌즈를 지나온 빛은 퍼져나간다. 오목렌즈 초점은 실제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허초점이라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볼록렌즈로 물체를 보았을 때는 물체가 확대돼 보이고 오목렌즈로 보면 실물상이 작은 형체로 보이게 된다. 이런 사실에 주목해 실험실 현장에서 우리는 인간관계에 대해 렌즈의 역학작용을 적용해 학생을 교육할 필요성을 느낀다. 

세상사에서 어떤 것은 크게 확대해서 보고 싶은 것이 있고 반대로 어떤 것은 축소해서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이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삶의 모습도 있고 또 자랑을 하고 싶은 모습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쁨은 나누면 두 배이고 슬픔은 나누면 반감된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이처럼 보는 것이 세상만물에 대한 해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때로는 한 쪽 눈을 감기도 하고 때로는 한쪽 귀를 막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처럼 인지작용의 중요성은 보는 방식에 더 크게 의존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눈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세상 보기에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생각이 확연히 양분되기도 한다. 이것이 극단적이 되면 편향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이성적인 행위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색안경을 쓰지 않고 세상만물을 객관적·긍정적으로 보며 타인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바람직한 가치관과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우리는 어려서부터 눈으로 보는 방식에 렌즈의 기능을 적용할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바람직한 인성을 기르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아름답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을 받는 청소년 시기부터 상대방의 좋은 점은 확대해 보고 단점은 축소해 보는 훈련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생활·습관화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라는 곳에서 공동체 삶을 살아갈 때 나 이외의 타인과 세상을 보는 관점에 볼록·오목렌즈 기능을 적용하도록 교육하자. 아이들이 갈등 없는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해 자신들의 행복을 가꿔가는 사랑스러운 청소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상 보기, 교육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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