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뻘겋게 일렁이는 불꽃, 30년 도자명장의 혼을 구워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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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뻘겋게 일렁이는 불꽃, 30년 도자명장의 혼을 구워내다
전통 도예 외길… 한도현 작가와 만남
  • 신용백 기자
  • 승인 2019.12.02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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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천하면 우선 떠오르는 단어가 ‘도자기’이다.

이천시가 도자기의 고장으로 명성을 얻기까지는 수많은 도예인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이뤄졌을 것이다. 특히 그들의 노력으로 이천시가 지난 2010년 7월, 세계적인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천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될 때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고 있는 도예인 한도현(59·한석봉 도예) 작가를 조명해 본다.
 

한도현 작가의 작품들.

#오로지 도예의 길만을 걷다

도자기 고장인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에서 태어난 한도현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 도자기 체험장에서 처음으로 물레를 돌려봤다.

잠시 토정 홍재표 선생에게 배우다 군에 입대했고 이후 도예인인 둘째 형을 돕다가 고(故) 우당 한명성 선생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도예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됐다.

그는 장차 유명한 도예가가 되겠다거나, 불후의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 보다는 흙을 만지고, 물레 치는 일이 그저 좋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도예가로서의 삶에서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다. 힘겨움과 답답함에 몇 번이나 스승의 품을 박차고 나올 생각도 했었지만 흙의 촉감을 느낄 때마다 그런 생각들은 사라져 버려 40여 년간 오로지 도예의 길만을 걷고 있다.

#조선시대 장작가마 화장 법통을 잇고 있는 최고의 도예작가

"한번 가마에 불을 지피면 며칠 밤을 새워가며 조절하고 지켜봐야 하므로 불을 넣을 때마다 저 역시 피곤하고 지치지만 1천290℃ 고열 속 불이 춤추는 대로 작품에 춤추는 문양이 나오는 진사를 볼 때면 잠깐의 편리함 보다 불편하지만 전통의 방식을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선조 도공들처럼 장작가마를 통한 전통 방식 그대로 도예작업에 몰두한다. 요즘에는 가스가마와 전기가마의 보급으로 편안하게 작업을 할 수 있지만 34∼36시간의 장시간 불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장작가마만을 고집한다.

그의 이런 고집은 자신의 예술혼과 불의 혼이 어우러져 흙에 생명을 불어 넣기에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직 소나무 장작만 사용하며 다른 화목에 비해 화도가 높고, 재를 남기지 않기 때문으로 소나무 장작을 때고나면 실제로 아궁이에 재가 남지 않는다.

석봉 한도현 작가는 가마 온도를 약 1천420℃까지 끌어올려 24시간 유지하는 조선시대 전통 불때기 기법을 구사하기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 대표 화장(火丈)으로 손꼽히고 있다.

#불을 집어 삼킨 것 같은 진사(辰砂)에 매진

그의 작품에는 맑음이 있고, 깊음이 있고, 때로는 넘칠 것 같은 힘과 우직함이 살아있다. 마치 도공의 애끊는 듯한 혼이 손짓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도예인으로 발을 딛은 그는 처음에는 청자, 백자에 대한 연구에만 매진했다. 그러다가 고백자와 유백자에 매료돼 독특한 그만의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청자색의 맑음과 핏빛의 붉음으로 승화된 깊음을 담은 진사요변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한 작가는 불을 집어 삼킨 것처럼 다양한 문양이 생기면서 작품이 탄생하는 것에 매료돼 요즘에는 많은 시간을 진사에 할애한다. 특히 그는 지난 2007년, 다년간의 실험과 연구 끝에 탄생시킨 ‘마음을 다스리는 잔(물빠짐 대롱이 없는 계영배)’을 특허 출원하기도 했다.

#다양한 수상경력과 전시회

한도현 작가의 수상경력 등은 화려하다. 2002년 한국 예술문화협회 은상, 2003년 이천 도자기축제 디스플레이 금상, 2006년 경기도 우수 관광기념품 공모전 장려상, 경남 미술대전 장려상, 2007년 문경 찻사발 공모전 은상,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최우수상, 국제 다도구 공모전 특별상, 경남 미술대전 특선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또한 2005년 예술의전당, 2006년 조선일보 미술관, 한국디자인센터 2007년 인사이트 2008년 일본 도쿄에서 전시회를 가져왔다.

1994년부터 한석봉도예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전통가마를 고집하며 끊임없이 도자기를 연구 및 재현하여 세계적인 명품을 창작하고 있는 도예가이다.

지난 2010년 예술의전당에서 30주년 기념 전시회에 이어 2012년에는 미국 3대 문화예술도시인 샌타페이에 초청을 받아 2년간 전시회를 개최해 데이비스 코스 시장부부와 시의회의장이 관람하는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로 알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특히 그는 지난 2010년 5월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발물레 시연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장작가마의 우수성 알리기 위해 전시회 개최

한도현 작가는 지난 30년 간 작품을 오는 12월 18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선보인다.

한가람 미술관 제 7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통가마의 명맥 30년’과 ‘혼(魂)을 다한 도전 30년’이라는 주제로 지인들로 구성된 후원회의 도움으로 열린다.

이번 ‘전통 장작가마 한도현 展’ 은 고백자, 유백자, 진사요변, 다완, 다도구 등 200여 점으로 전시, 가스나 전기가마에서 나온 작품과 장작가마를 통해 얻은 작품의 차이점을 알려준다. 특히 한국 전통방식의 도예 우수성을 홍보기 위해 마련됐다.

#그가 이야기하는 도자기는?

한 작가는 "도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흙을 배워야 한다. 자연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불’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도자기는 가마 속에서 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모양도, 빛깔도 달라진다"며 "그동안 청자, 백자 등을 재현해 내는데 내 노력만으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결국 불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장인과 흙, 그리고 불의 조화라고 일컫는 것"이라며 "한번 가마에 불을 지피면 밤을 새워가며 조절하고 지켜봐야 하므로 불을 넣을 때마다 저 역시 피곤하고 지치지만 1천290℃ 고열 속 불이 춤추는 대로 작품에 춤추는 문양이 나오는 진사를 볼 때면 잠깐의 편리함보다 불편하지만 전통의 방식을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인다.

그는 끝으로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작품을 만들며 전시회를 준비했으니 저를 아시는 분은 물론 도예에 관심 있는 많은 분께서 오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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