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기습 선언으로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 등의 일괄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국회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들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협상정치 종언’이라고 규정하고, 한국당 없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관철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과 관련해 "공존의 정치, 협상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의 근본을 바탕에서부터 뒤흔들어 버렸다"면서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켜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필리버스터의 미명 아래 난폭하게 진행한 정치적 폭거"라고 규탄했다.

이어 그는 "사실상 20대 국회의 문을 여기서 닫아걸고 국회를 마비시킨 뒤 한국당 마음대로 국회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가공할 만한 정치기획"이라며 "집단 인질범의 수법과 다를 바 없다. 대대적인 ‘법질극’"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맞서 일단 정기국회 중에는 예산안 처리에 주력하되, 이후 곧바로 임시국회를 여러 차례 여는 방식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가 적용됐던 법안을 그 다음 임시국회 회기에서 바로 표결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할 방침이다.

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나면 다음 임시국회에서 해당 안건을 곧바로 표결해야 하는 만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전술을 이어가더라도 회기마다 최소 1건의 처리가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면 선거법·검찰개혁 법안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4번의 임시국회가 열려야 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전략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무산시키고자 한 사안 하나하나 중요도 역순으로 난관을 뚫고 해결해 나가겠다"며 "한국당이 엊그제와 같은 태도로 대결 정치를 불사하고 선동한다면 우리도 단호한 대응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선거개혁을 일사분란하게 추진하겠다. 작은 틈조차 주지 않고 정확한 민의가 의석에 반영될 수 있는 선거개혁을 적절한 시간 안에 마무리짓겠다"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실질적 개혁이 이뤄지도록 강력한 입법을 완료해 내겠다"고 다짐했다.

박태영 기자 pt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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