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지난달 북한은 금강산 개발 문제에 남측 당국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며 관광시설 철거를 주장했다. 남측이 하지 않으면 직접 철거하겠다는 통첩을 보냈다. 향후 북한의 태도가 어떨지 예측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정부는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직접 하겠다는 통보와 함께 원산갈마 관광지역 개발을 함께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우리 통일부 장관은 앞선 지역을 포함해 동해관광특구를 공동 개발하는 것은 9·19 합의의 하나라며 적극적 행보를 취할 태세이다. 

북한은 현재 유엔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어 적극적 활동을 하지 못한다. 자체의 경제활동도 타국이 이들을 도와주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나서서 이들을 돕겠다는 제의다. 사실 원산갈마지역 개발은 김정은이 관광지구 건설을 위해 속도전을 벌이며 주력하는 사업이다. 2014년부터 관광개발 계획으로 군용 갈마비행장을 2년간 공사로 민간공항으로 만들고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 연간 120만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바꿨다. 

2025년까지 78억 달러를 투입해 연 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기에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빠르게 개발해 원산과 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연결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조선 동해의 진주라는 타이틀로 홍보해 관광객을 끌어올 전략이다. 이에 우리나라가 함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일 동해로 미사일을 쏘아대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함께했던 관광시설의 갑작스러운 철거 통보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청해서 철거를 하겠다고 하며 북한관광 개발의 공동개발 카드를 밀어 넣은 것이다. 

그러나 유엔의 대북제재가 진행 중이라 공식적으로 우리가 북한의 개발에 합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드러내놓고 우리를 배척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시설의 정비 필요성이 있다며 그들이 말한 철거를 정비라는 단어로 바꾸며 별거 아니란 표현으로 슬쩍 넘어가려고 한다. 

금강산 지역은 북한이 우리 기업에게 50년간 독점 계약을 맺어 엄청난 돈이 투자됐다. 지난 시간의 노력과 투자금이 날아가 버리는 일인데 아무렇지 않은 일인가. 북한의 관광지 개발을 함께하면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공식적 계약으로도 지켜지지 못하는 사안을 눈으로 보면서 더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지금처럼 또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인가. 북한은 지키지도 않는 9·19 남북정상 합의문을 왜 우리만 조목조목 짚어가며 실천해야 하는가. 현재 우리가 제안하는 것이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이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북한의 시선을 잡아두려고 너무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분명 억지를 쓰는 쪽은 북쪽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당연한 요구인 양 들어주고 있다. 일방적 수용으로 응할 것이 아니라 항의해야 한다. 

북한이 금강산 개발에 적극적이니 이 기회에 편승해 한끝을 잡고 한반도 개발로 넘어서려 하지만 북한은 그럴 의사가 전혀 없다. 남북평화 무드를 잡고 평화경제에 한반도 개발 프로젝트까지 밀어붙이고 싶겠지만 상대는 전혀 이에 발을 맞추고 있지 못하다. 그들은 미사일을 쏘고 방사포를 날리며 날로 개선되는 무기를 선보이고 있다. 또 우리와 눈 맞춤도 없고 그들 시야에는 미국만이 대화 상대인 양 으름장을 놓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공공연하게 우리를 패싱하며 깔보고 있다. 자신의 구역에서 흔적들을 모두 갖고 나가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하자고 부탁하고 있다. 

북한이 호시탐탐 보내오는 위협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여태 그래왔으니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보고 있는가. 그 무기들이 방향을 살짝 틀면 우리 국토는 초토화되는 것을 잊어버리려고 하는가. 그들은 최남단 서해의 섬들을 중화기로 무장해 요새로 만들고 있다. 탄탄히 진행하는 무기의 최신화, 지역의 요새화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는 스스로 평화무드에 취해 최전방 초소도 폭파하고 훈련도 줄이고 그들을 적으로 적시하지도 않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다. 개성공단도 금강산 관광도 모두 일방적으로 차단됐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밀기엔 너무 허황하지 않은가. 이미 벌어진 일의 정리도 하기 전에 일만 벌이기 급급한 모양새이다. 

지금 금강산 관광을 어떻게 갈 것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그들을 챙기는 것보다 우리의 앞길을 먼저 살펴야 한다. 그들은 언제고 그들 방식으로 우리가 펼쳐놓은 대북사업을 접어버릴 것이다. 퍼주지 못해 동동거리지 말고 강력해진 북한의 무기 앞에 어떻게 방어할지를 먼저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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