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석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 안전관리처장
지윤석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 안전관리처장

운전 면허증이 없는데도 일부 고등학생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렌터카나 공유차를 빌려 운전하다가 본인뿐만 아니라 동승한 친구들 그리고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교통사고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례로 안성시에 소재한 한 렌터카 업체에서 타인의 분실 운전면허증을 들고 온 무면허 고등학생에게 렌터카를 대여해주고 결국 빗길 과속으로 인해 도로변 의류매장 건물을 들이받아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릉시 금진리 해안도로 상에서 아는 형의 이름으로 렌트한 차량을 운전하다 급커브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바다로 추락해 학생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생들은 왜 불법인 줄 알면서도 굳이 렌터카나 공유차량을 빌려서 친구들을 태우고 무리하게 운전하려고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필자가 어렸을 때 미국 청소년 영화를 보면 멋을 한껏 부린 학생이 멋진 차로 친구들을 태우고 나타나는데 다른 학생들의 관심을 받으며 차에서 내리는 장면과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친구들과 흥겹게 놀러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동경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리고 TV에서 신차 광고나 자동차 경주를 보면서, 가족 및 타인의 차를 보면서 운전하는 어른처럼 호기심에 차를 운전하는 상상을 많이 했으나 운전 시도를 해보지는 못했다. 아네테 쉐퍼의 「사물의 심리학」에서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물을 활용해 정체성을 찾아간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차와 연계해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 방식은 자율성과 경계 체험이 있다. 청소년들은 독립심을 키우고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봄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고자 모험을 통해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사회적 소속감이다. 청소년들은 차라는 공간 속에 ‘나도 한패’라는 기분과 집단에게 인정받았다는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자기 과시이다. 학생들은 해가 갈수록 개성의 표현에 관심을 보이지만 정체성이 확립된 상태가 아니므로 자아상을 비춰주는 ‘외부의 거울’에 의존하게 되는데 ‘차’라는 사물이 그 거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차를 이용해 자신이 남다르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게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치야마 아야코의 「범죄 심리학」에서는 한 청소년이 속한 그룹에서 대다수가 ‘법 따위는 엿이나 먹어라’하는 사고방식을 지녔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질문한다. 저자에 의하면 결국 그 청소년이 속한 그룹에서 왜곡된 가치관을 배우고 태도를 형성해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운전하는 학생 및 동승한 친구들도 사회적 법 준수를 우습게 생각하는 그룹적인 성향이 있어서 불법적으로 차를 빌려오거나 운전하면서 교통법규를 수없이 위반해도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무면허 청소년들의 무모한 렌터카 불법 운행을 막기 위한 대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지자체별 소재 렌터카 회사 및 영업소의 불법 영업행위 및 등록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지도·점검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차량대여 기준과 본인 인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운전 경력 1년 미만자의 차량 대여를 제한하고, 타인의 신분증을 사용하는 학생에게 렌터카 회사에서 확인하는 운전 자격 확인 시스템은 한계가 있어 단기적으로 타인 이름으로 된 체크 또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방안이 보완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찰청이 PASS 앱 기반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에 있어 향후 운전면허증 도용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렌트한 대여자가 무면허자에게 재대여를 했을 경우 법적 책임과 보상 분담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렌터카 회사 관계자의 교통안전 의식 제고를 위한 정기교육 실시와 사고사례 및 리스크 이슈 등을 즉각적으로 전파해 회사 간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청소년 교통사고 발생 원인과 사고 피해 등의 내용을 전파해 학생들과 학부모가 경각심을 갖도록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경찰-교육청-학교-교통안전기관 등으로 구성된 가칭 ‘학생안전협의회’를 지역별로 구성해 정기적으로 학생 안전 이슈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도출된 안전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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