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택 인천지방법무사회 인천2지부장
백경택 인천지방법무사회 인천2지부장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임차인 보호 규정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급기야 2015년 5월 13일부터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이 들어와 상가건물 임대인에게 치명적인 금전적 손실의 위험이 따르게 됐다. 

본디 권리금은 임차인끼리 계약에 의해 주고받는 것이라 사적 자치의 원리가 지배하는 사법 체계에서는 임대인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돼 왔다. 이로 인해 임차인은 투자한 거액의 시설비와 각고의 노력으로 형성한 영업적 권리를 임대차계약기간 종료라는 단순한 사건에 의해 한순간에 잃어버릴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었다. 

이러한 위험에 노출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10년(개정 전 5년)의 기간 동안 일방적 의사표시로 임대차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 요구권을 보장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나 이로써도 부족함이 많아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규정을 두게 된 것이다.

이 규정에 의하면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새로운 임차인과의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면 임대인은 이를 인정해줘야 하고, 만일 임대인의 방해로 불발이 돼 권리금 회수 기회가 사라지게 되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권리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 규정이 도입된 후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받은 임차인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늘어났는데, 거기에서 드러난 임대인의 방해 행위를 열거해 보면, 첫째 임대인이 자신이 사용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한 경우, 둘째 그동안 올리지 못한 월차임을 대폭 올리기 위한 경우, 셋째 임대인이 세칭 ‘바닥권리금’을 받기 위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분쟁의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이 아직 존재하는 단계, 즉 10년의 임대차 기간이 지나지 않아 계약갱신 요구권이 아직 존재하는 단계에서는 임대인의 방해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만 결정되면 비교적 간명하게 결론지어질 수 있으나 10년의 기간이 다 돼 계약갱신 요구권이 소멸한 경우에도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 줘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관해 수년간 하급심 법원에서는 5년(10년)이라는 임대차 기간을 보장해준 것으로 충분히 권리금 회수 기회가 주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임대인의 편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권리금은 많아지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커진다는 이유로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 손을 들어 줬던 1심과 2심을 뒤엎고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최종 판결을 내려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은 계약갱신 요구권으로 보장된 전체 임대차 기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고, 이로 인해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판시 이유를 들었다. 이 판결로 인해 앞으로 상가건물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에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졌다. 권리금의 배상책임은 그 금액이 경우에 따라 수억 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세입자에게 월 차임을 올려 받으려는 임대인은 답답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법 제10조의 4 제1항 3호에서는 임대인의 방해 행위의 한 모습으로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를 들고 있는데 그 기준이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불명확한 법 조항으로 인해 임대인과 임차인은 언제든지 분쟁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관계를 해소함에 있어 과거의 관행에 의지해 대수롭지 않게 결정하지 말고 반드시 법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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