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신속처리 안건인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여야 간 치열한 기 싸움 끝에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파행으로 인해 정기국회서 미뤄진 예산 부수법안과 민생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정치권을 향한 비난의 수위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내년 4월에 실시되는 21대 총선의 예비후보등록이 코앞인데도 여야가 총선 룰을 두고 각당의 지나친 요구와 첨예한 이해관계로 안건을 상정조차 못하면서 ‘깜깜이 선거’가 재연될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선거법을 포함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괄 상정해 17일께 선거법 표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기습적으로 신청하면서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사실상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일인 17일까지 선거법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국회 파행이 이어지자 결국 문희상 의장이 저녁 시간 입장문을 통해 여야 각당에 사흘의 말미로 한 ‘마라톤협상’을 통한 협상안 마련을 주문하고 16일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문 의장은 특히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총선일정을 감안해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인 17일 전에는 여야가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해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선거법·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중 민주당과 한국당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법안은 총선 룰을 결정 짓게 될 선거법이라 할 수 있다. 선거법 협상은 정당의 밥그릇과 국회의원 개개인의 사활이 달린 ‘게임의 룰’을 만드는 과정이다. 따라서 주요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물론이고 군소정당이나 어느 정파에게도 유리한 규칙을 적용하거나 양보를 강요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법 협상 과정은 임의기구인 ‘4+1’ 협의체라는 변칙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출발했고, 그 결과물도 평등하거나 공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했다. 비정상적 상황에서 시작된 협상이다 보니 당초 패스트랙 지정 시 우선적으로 논의됐던 정당득표율에 비례한 의석수 배분 원칙은 퇴색된 채 당리당략의 이해관계에 따른 지분 나눠먹기식 개정안 및 수정안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수적 우세를 앞세워 법안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이런 비판과 지적을 헤아려 한국당과의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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