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3시께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매여울도서관 종합자료실에 학생들이 가득 차 있다.
18일 오후 3시께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매여울도서관 종합자료실에 학생들이 가득 차 있다.

"바늘구멍 통과하려면 노는 건 포기해야죠."

18일 오후 3시께 수원시 영통구에 소재한 매여울도서관 2∼3층에 마련된 총 200여 석 규모의 종합자료실과 정기간행물실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학생들로 가득했다.

크리스마스나 신정 연휴 등 기념일이 모여 있어 만남과 약속이 잦아지는 연말연시를 맞았지만 이곳에서는 바깥과 같은 들뜬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귀마개를 하거나 이어폰을 꼽은 채 가져온 토익 관련 서적이나 각종 자격증 전문서적을 보면서 중요한 내용을 적었다.

일부 학생들은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의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도내 한 대학교 4학년생인 김모(25·여)씨는 "매일 스터디카페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비용이 부담돼 집 근처 도서관에서 취업을 원하는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인근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영통도서관은 이날 오전 8시께 문을 연 지 1시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80여 면의 부설주차장에 절반가량 차량이 주차돼 있을 정도로 많은 시민이 찾은 가운데 배낭을 멘 채 도서관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청년들이 다수 보였다. 경쟁이 심한 열람실은 진즉부터 자리잡은 학생들로 만원이었다.

인근 선경도서관은 9월 초 노후 시설 보수공사에 들어가 열람실과 자료실 이용이 중단되자 청년들은 지상 3층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책을 펴고 공부를 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처럼 연말연시를 맞았지만 꽁꽁 얼어붙은 취업한파 속에서 공부할 마땅한 공간을 찾는 학생들이 당장의 즐거움을 포기한 채 도서관에 몰리고 있다.

통계청(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1월 도내 실업률은 3.4%로 인천 3.9%, 울산 3.6%, 대전 3.5%에 이어 서울(3.4%)과 함께 네 번째로 높다. 이러한 수치는 올 1월(4.4%)에 비하면 1%p 떨어진 것이지만 여전히 타 지역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다. 전국 평균 실업률은 3.1%다. 이로 인해 대학 졸업예정자를 포함한 취업준비생들은 도내 시·군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에서 각종 자격증이나 스펙을 쌓으며 잠깐의 즐거움을 누릴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다.

수원시 한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요새는 청년취업률이 저조하고 내년 초 졸업시즌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청년들이 많이 찾는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안간힘을 써서 취업하려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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