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성탄절이 곧 다가옵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누기에 더더욱 좋은 시기입니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겁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쓴 편지」 중에 사랑에 대해 쓴 부분이 「겸손의 리더십」 이란 책에 요약돼 있습니다. 

"사랑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 그러므로 완벽하고 세련된 기술이 없이는 사랑을 이룰 수 없다. (…) 일가를 이룬 도예공을 보라. 흙을 고르고 정성껏 다루어 형상을 빚고 굽는 세심한 절차를 거치고도 다시 흙으로 버려지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가. 기술자라는 말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자’라는 뜻이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않고는 사랑도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은 섣불리 사랑하지 말라. 사랑의 기술을 습득하지 않고 시작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최고의 도공은 ‘팔려고’ 만들지 않습니다.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이 돼 주고 위안이 돼 줍니다. 자신이 그냥 좋아서 한 것뿐인데, 그 결과는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돼 주곤 하는 겁니다. 이것이 최고의 ‘사랑’이 주는 결과입니다. 사랑은 ‘나’로 인해 ‘너’가 행복해야 하고, ‘너’의 사랑으로 인해 ‘나’가 행복해져야 합니다. 나로 인해 네가 성장해야 하고, 너로 인해 내가 성장해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의 완성입니다.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작은 이야기」에 물 항아리에 대한 일화가 나옵니다. 물 항아리 두 개가 2년째 호흡을 맞춰 일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은 지게꾼의 지게 양쪽에 매달려 주인댁으로 물을 옮겨다 주는 일입니다. 그러나 한 항아리에는 물이 반만 채워져 있습니다. 윗부분이 깨져 있어 돌아오는 길에 새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지게꾼은 그 항아리를 소중히 여기며 물을 길러 다닙니다. 그래서 몇 번을 더 오고가야만 했습니다.

어느 날, 깨진 항아리가 지게꾼에게 말합니다. 자기를 버리고 새 것으로 바꾸라고, 그러면 수고를 덜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때 지게꾼이 말합니다.

"얘야, 강가에서 주인집으로 가는 길가를 잘 보거라. 네가 매달린 쪽으로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걸 보지 못했니? 그런데 완벽한 항아리 쪽은 어땠니? 꽃 한 송이 볼 수 없었을 거야. 너는 길가의 꽃들에게 물을 준 것이란다. 아마 네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거야."

사랑 중에서 최고의 사랑은 목적 없이 그냥 내어주는 사랑일 겁니다. 만약 목적을 가지고 사랑을 주었다면 그 목적이 달성됐을 때는 가차 없이 버릴 겁니다. 또한 자신의 목적대로 상대가 따라주지 않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겠지요. 그러나 목적 없이 그냥 내어주는 사랑은 상대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감정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냥 주는 것이 좋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 결과는 황량한 길가에 아름다운 꽃들을 키워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그냥 내어주는 사랑, 목적 없는 사랑이 우리에게 되돌려준 선물입니다. 아니,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겁니다. 내가 너에게 그냥 내어준 사랑이 나에게만 선물을 준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아름다움을 선사했으니까요.

최고의 사랑인 목적 없는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무게중심을 ‘나’에게서 ‘너’에게로 옮겨 둬야 합니다. 나의 목적이 아니라 너의 목적이 이뤄져야 하니까요. 그만큼 네가 소중한 존재이니까요.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에 두 아들을 둔 아빠의 일상이 나옵니다.

"‘연호 아빠, 생선 맛있는데 왜 안 드세요?’라고 아내가 말하자, 남편은 ‘입맛이 변했나 봐’라고 답합니다. 아빠 대신 어린 두 아들이 생선을 아주 맛있게 먹습니다. 이제 제법 거짓말이 느는 것을 보면, 나도 아버지가 되어 가나 봅니다."

사랑은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우리 모두 연호 아빠의 사랑처럼 진정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세상에 기적을 많이 일으켰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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