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인천 청년공간 기획 좌담회 ‘인천 청년, 공간을 찾다’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기호일보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인천 청년공간 기획 좌담회 ‘인천 청년, 공간을 찾다’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공간을 찾으니 청년이 보였다. 지역에 뿌리내린 크고 작은 공간에서 인천의 청년들은 연대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랐다. 청년들은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기존에 있는 공간들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더 컸다. ‘인천에 필요한 청년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그 방향성을 찾기 위해 10개 청년공간을 탐색했던 기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의 공동 기획의 마지막은 청년들이 맺는다. 

남동구 구월동 기호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지역에서 청년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이우택 서점잇다 대표와 정윤호 남동구청년창업지원센터장, 이성민 사담공간 소담 대표, 정예지 청년인력소 대표, 유연수 인천문화재단 청년문화창작소 담당자가 참석했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몇 년 사이에 인천에 청년공간이 많이 생겼다. 기존에 만들어진 청년공간을 평가한다면. 

▶이성민=유유기지는 1∼2년 차 때는 비판이 많았지만 지금은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저희도 공간을 가끔 쓰기도 하고 항상 사람들이 꽉 차 있다. 시설이 괜찮고 운영예산도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에 문제가 됐던 접근성도 알려지고 나니깐 갈 만하다고 얘기한다.

▶정윤호=원래 그 목적이 아니었는데 방향성이 바뀐 느낌이다. 거기 프로그램을 계속 기획해서 진행하는데, 보면 시끌벅적한 내용밖에 없더라. 너무 조용하니깐 그런 프로그램만 만드는 거다. 그런 것 자체에 대한 공간이나 분위기가 처음보다 달라졌다. 

▶정예지=청년문화창작소는 2017년 청년문화포럼에서 건설사분들이나 시 담당자분과 만나고 청년들과 논의를 계속 했는데 합의가 안 됐다. 그 상태에서 오픈했다. 공간을 같이 써야 한다고 해서 분리하는 방법까지 이야기를 했지만 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년들은 위치도 불편해했고, 네트워킹 공간이 필요했는데 그것도 행정적인 이유로 안 됐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공동운영단 1기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4명이다. 그 외 청년들이 추가로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필요하다.

▶유연수=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공간 활용에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최소한 청년들이 와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설득하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공사일정도 계속 미뤄졌었다. 벽을 트고 큰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공간을 터 놨으니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을 계획이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지역 작가들과 채워 가겠다.

-왜 괴리가 생겼다고 생각하나.

▶이우택=행정과 민간이 생각하는 시간 차이가 크다. 우리 서점은 독서모임까지 포함하면 3년인데 이제야 좀 한다는 느낌이 든다.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해 나간다는 게 1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닌데 행정사업은 연 단위로 끝나니까 한계가 있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기간을 맞춰야 한다고 주먹구구식으로 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성민=유유기지 사례를 보면 공간도 중요하다. 수원 청년공간은 공유주방, 공부방 등으로 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관에서 공간을 찾는다고 하면 한 층에 몰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은 다양한 니즈가 있을 텐데 그걸 한 곳에 몰아넣으면 힘이 센 사람이 끌고 가 버린다.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다양한 활용도 가능하고 청년들의 생각이 말랑해지는데, 획일화가 돼 버린다.

▶정예지=지금까지는 콘텐츠가 있는데 공간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간이 생긴다고 해도 이 문제가 잘 해소되지 않는다. 관에서 청년공간을 만들 때 부지를 만들고 억지로 넣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유유기지 부평 2호점도 유휴 공간이 있으니까 사용한다고 하지만 평수가 유유기지의 절반이다. 1호점을 취업 쪽으로 갔으면 2호점은 풀어지는 공간이기를 바랐는데 쉽지 않았다. 공간을 만들려면 기획이 가장 먼저인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공공 거점공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성민=거점공간이 민간공간들과 같아서는 안 된다.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왔지만 지원 없이 유지하는 사람 입장에선 경쟁 상대로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도 즐겁게 만들었지만 운영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관에서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게 생기니까 민간공간들은 ‘우리만의 매력은 뭐지’라는 고민을 계속 하게 되고 점점 소외감이 들기도 한다. 

▶정예지=솔직하면서도 공감되는 이야기다. 지금 거점공간이 구마다 하나씩 생길 기세로 진행되고 있는데, 거점공간은 기존 공간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간만 있는 게 아니라 청년단체들이 많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 단체가 많이 생겨서 따로 또 같이 모이면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단체도 생기고 공간도 다양하게 생기면 공공에서 운영하는 거점공간은 한 번씩 네트워킹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유연수=공공의 역할과 지역 자생하는 다양한 공간들의 역할은 분명히 경계 지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공간이 다양하게 존재해 왔던 맥락을 똑같이 답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관은 얼마나 지원을 다각화하고 면밀하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한데, 그 과정이 너무 단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성과를 내야 하고 겉모습을 보여 주면 끝이라고 여겨지는 모습이 여전히 만연하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간이 하나의 지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과 공간의 이야기를 듣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양한 청년공간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정예지=먼저 어디에 청년공간이 있는지 구별로 파악됐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인천문화재단 공간매칭사업처럼 공간과 동아리의 수요를 매칭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유휴 공간에 대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매칭해 주는 일을 했으면 한다. 공공에서 홍보하는 것이 절차가 까다롭고 효과가 크지 않다면 공간에게 단체 명단을 주고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우택=공간이 원래 하고 있는 사업, 필요한 사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원사업을 보면 관이 이런 사업을 기획했으니 하고 싶은 청년들은 기준을 맞추라는 일방적인 태도가 많았다. 이러다 보니 공간들은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데 다시 사업계획서를 써야 하기도 하고, 받으나 안 받으나 상관없는 사업을 하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서점을 하는 청년에게는 책 구매를 지원하고, 도시락을 파는 청년에게는 구청 행사 때 도시락 구매를 하는 등 청년공간들의 원래 예산계획 안에서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을 해야 한다.

▶유연수=이미 생겨 버린 곳을 방치할 수도 없고, 어떻게 잘 이용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해야 한다. 청년문화창작소는 재단이나 시에서 일방적으로 기획하고 끌고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공동운영단을 꾸리게 됐다. 참여하는 작가분들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얼마나 더 가까이에서 지원해 줄 수 있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푸시할 수 있느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계속 필요하다.

▶정윤호=민의 입장에서 관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 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 봐야 한다. 설득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없었던 게 아쉽다. 민에서는 우리 공간이 어떤 목적의 공간인지 정확한 색을 드러낼 수 있어야만 우리에게 사업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상상카페라는 곳이 있었다.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상상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지만 카페라는 이름 때문에 목적을 잃은 다목적 공간이 됐다. 반면 음악놀이터를 만들어서 합주실을 만들었더니 구가 MOU를 맺고 예술가들을 보냈다. 공간의 필요성이 분명 있고 관에서 지원을 해 줘야 한다면 민은 명확한 목적성을 가져야 한다.

▶이성민=행정에서 간담회나 만남 자리를 꾸준히 열어서 청년공간 지원에 대한 가이드 같은 걸 제시하고 주고받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콘셉트에 대해 관이 짜여진 매뉴얼에 끼워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원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콘셉트에 맞춘 조례나 법안을 갖추는 시도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청년공간들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매뉴얼이 필요하다. 청년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청년공간들은 지원에 목매지 않고 자생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정리=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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