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을 이용한 ‘1차 산업혁명’과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컴퓨터 정보화와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나타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산업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경기도내 교육계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경기도교육연구원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올해 초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교육을 준비하기 위한 ‘미래교육국’을 신설했다.

또 도내 특성화고등학교에서 AI와 빅데이터, 드론, 3D프린팅 등을 활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과를 개편하기도 했다. 이는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이공계열에 대한 이해가 현재보다 중요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도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학교 내 ‘무한상상실’과 ‘디지털 교과서·SW교육·사이버학습터 선도학교’ 등을 운영 중인 평택 현화초등학교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가치를 추구하는 학생자율동아리 ‘ESD-MAKERs’가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새로운 사회의 일원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  아시아-태평양지역 GLOBE 국가 코디네이터·총괄기관 관계자들이 한국과학창의재단 ‘GLOBE 프로그램 우수 운영교’로 선정된 'ESD-MAKERs’ 활동을 견학하기 위해 현화초교를 방문한 모습.
▲ 아시아-태평양지역 GLOBE 국가 코디네이터·총괄기관 관계자들이 한국과학창의재단 ‘GLOBE 프로그램 우수 운영교’로 선정된 'ESD-MAKERs’ 활동을 견학하기 위해 현화초교를 방문한 모습.

# 지속적으로 발전이 가능한 교육을 꿈꾸다

‘ESD-MAKERs’는 과학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우리마을 교육공동체’를 위해 미래 인재의 창의융합 역량 함양을 목적으로 2016년 창단된 학생자율동아리다.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의 가치를 추구하며 상상을 실현하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메이커(MAKER)’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전반적인 활동이다. 글로벌 사회 또는 지역공동체 사회의 구성원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환경과 자원, 물적 재원, 가치 및 태도 등을 미래 세대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일한 수준 이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하고 준비·실천하는 교육으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현화초의 ‘ESD-MAKERs’는 유네스코(UNESCO) 한국위원회에서 ‘한국형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프로젝트’ 인증을 받아 운영 중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속가능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지속가능발전교육에 대한 이해도와 적합도, 사회적 파급 효과, 사회·환경·경제의 지속가능성 기여도 등을 평가하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프로젝트는 국내의 우수 교육사례를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 소개하기 위해 2011년부터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메이커’ 활동은 학습자가 중심이 돼 상상을 실현, 세상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ESD-MAKERs’는 이 같은 활동을 주제로 모두 20명의 3∼6학년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속발전이 가능한 교육을 꿈꾸며 운영되고 있다.

# 미래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 빠지다

현재 ‘ESD-MAKERs’는 ▶팅커링(Tinkering·놀면서 배움) ▶사람 중심의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실패를 극복하는 지속적인 도전정신 ▶업사이클과 적정 기술 ▶지역 알뜰장터와 메이커페어 전시 및 부스 운영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우리지역 전문메이커’와 ‘학부모 메이커 동아리’, ‘교직원 메이커 동아리’와 협업도 진행 중이다. 지구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지키기 위한 국제적 연대 프로그램인 ‘GLOBE(The Global Learning and Observations to Benefit the Environment)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GLOBE 프로그램’은 교사와 학생, 과학자 및 사회단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세계 환경문제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고,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활동이다. 현재 117개국에서 2만9천여 개 교의 2만6천여 명의 교사가 동참하고 있다.

‘ESD-MAKERs’는 탐구활동(미세먼지 및 구름 등 대기현상)과 해양쓰레기 탐사활동(International Coastal Cleanup)을 진행하며 평택지역의 미세먼지와 평택연안의 해양쓰레기에 대해 탐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초등학생 수준의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8년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부터 GLOBE 프로그램 우수 운영교로 선정되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 GLOBE 국가 코디네이터 및 총괄기관 관계자가 학교를 방문해 동아리 운영 상황을 견학하기도 했다.

특히 동아리 학생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참여를 인정받아 경기도가 주관하는 ‘학교 내 쓰레기 분리배출 활성화 사업’에서 최우수교(2018)와 우수교(2017), 우수동아리(2016)에 선정되기도 했다.

▶평택 현화초 자율동아리 'ESD-MAKERs’ 학생들이 폐상자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등 자율동아리 활동을 즐기고 있다.
▶평택 현화초 자율동아리 'ESD-MAKERs’ 학생들이 폐상자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등 자율동아리 활동을 즐기고 있다.

# 재미도 느끼고 실력도 키우고

"제 작품인데 잘 만들었죠?"

현화초 교내에 마련된 ‘ESD-MAKERs’ 동아리실에서 저마다 직접 정한 주제를 토대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학생들은 본인들이 제작한 여러 작품들을 경쟁하듯 소개했다. 버려진 폐상자를 이용해 제작한 ‘우리 학교 오락실’과 공룡인형을 비롯해 직접 프로그램을 코딩한 ‘반려견과 놀아주는 로봇공’, ‘폐자전거를 이용한 교통수단’ 등 다양했다.

학생들은 자칫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지 못할까 안절부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뿌듯함이 가득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시민(6년)군은 "‘ESD-MAKERs’ 동아리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상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군이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주제는 ‘환경’이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박 군은 평택지역이 유독 타 지역보다 미세먼지 발생이 잦다는 점에 의심을 품었고, 원인을 찾기 위해 김범학 지도교사와 함께 시청을 찾거나 산단 및 평택항 등지를 방문해 조사에 나섰다.

또 점심시간마다 GLOBE 프로그램의 구름분류차트를 활용해 대기질을 측정(에어로졸·Aerosol)하고, 지표면 온도를 측정하는 등 대기탐구도 병행했다.

박 군은 "평택지역에 미세먼지가 많은 이유를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어 직접 조사한 결과, 평택은 서해지역에 위치해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고, 평택산단과 평택항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은 물론 지역사회가 함께 대기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찾은 해결책은 가정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법을 안내하는 등 지역사회를 향한 캠페인을 펼쳐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었으며, 우선 당장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각 교실에 공기정화장치의 의무적 설치를 제시했다.

조효주(6년)양은 "공기정화장치가 얼마만큼의 효과를 보일지에 대한 실험을 위해 자동차 공기필터와 컴퓨터 팬 등을 이용, 직접 공기청정기를 제작해 실험하기도 했다"며 "온습도계 등을 이용한 미세먼지 센서도 부착해 실험을 해 보니 공기정화장치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의 공기질 차이가 매우 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결론을 얻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학교는 물론 지역과 나아가 지구 전체의 깨끗한 대기환경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생들은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재미와 실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었다.

박 군은 "동아리 활동 전에는 명확한 꿈이 없었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 컴퓨터 코딩 등 IT계열 쪽에 관심이 생겼다"며 "직접 체험으로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이 재미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로를 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양학 현화초 교장은 "학생이 주도하는 일련의 동아리 프로젝트들을 통해 ‘자발적인 배움의 욕구’가 전제인 ‘학습자 중심의 배움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며 "자연과 사람 간 소통, 창의적인 메이커문화 형성, 사회적 실천으로 나누며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을 경험하는 과정 등을 통해 아이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 가는 미래인재로 자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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