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회계경영과 교수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회계경영과 교수

새해 초부터 중견기업 탑시티면세점이 신촌점의 특허권을 반납했다고 한다. 물론 신촌점의 경우 건물에 대한 명도소송이 걸려 1, 2심 소송에서 패한 이유도 있지만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여의도에 자리한 한화그룹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갤러리아면세점63)와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그룹의 두산면세점이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이처럼 최근 탑시티면세점까지 서울 한복판의 시내면세점 특허를 포기하면서 면세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교되면서 2015년만 해도 서울에 배정된 3개의 면세점 허가권을 따내기 위해 빅3 면세점(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은 물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이랜드, SK네트웍스, HDC신라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고, 여기에 수수료 경쟁도 치열해지고, 바잉파워인 규모의 한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이익추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는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빅3 면세점들을 제외한 기업들이 하나둘 업계를 떠났다. 

하지만 이러한 면세산업의 급격한 위축 배경에는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사료되는바, 혁신적인 정보통신기술 발전, 특히 중국의 인터넷과 SNS의 급속한 발전이 면세품 소비 패턴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 중심에는 중국의 왕홍(網紅)경제가 절대적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최다였던 2016년 800만이 넘는 중국인의 방한 목적으로 쇼핑이 압도적이었다는 설문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면세품 소비 패턴이 기존의 면세점 방문에서 SNS 등 온라인으로 분산되면서 방한 목적이 줄고 그 결과 면세점 경영이 급속히 어려워졌을 것이라 유추해 본다.   

왕홍은 인터넷의 왕뤄(網絡)와 유명인의 홍런(紅人)을 줄인 말로 중국에서는 현실이나 인터넷 생활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네티즌의 관심을 끌어 인기를 얻은 사람을 의미하며, 외국의 유명 블로거나 유튜버(Youtuber)등에 해당된다. 1인 크리에이터 활동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접속 불가인 유튜브나 구글을 대신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시나 웨이보, 웨이신, 텐센트 QQ, 유쿠, 런런왕, 더우인, 콰이쇼우, 샤오홍슈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로 중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왕홍경제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왕홍은 기존의 뷰티나 미용 그리고 패션을 넘어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 여행, 육아 등 다양한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대중의 소비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중국 인터넷 보급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네티즌들이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기기 등을 이용해 손쉽게 온라인에 접근하게 되면서 왕홍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인기 왕홍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단순히 자신의 사진을 SNS에 게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미지 소비를 꺼리는 연예인들과는 다르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다양한 스타일과 기호를 반영한 개성 있는 모습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에 참석해 ‘K-컬처’에서 ‘아세안-컬처’로 세계를 향해 함께 나가자고 아세안에 제안하면서 문화콘텐츠는 이제 문화를 넘어 가장 유망한 성장산업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한국은 1990년대 시작된 한류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 7위의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했고, 문화콘텐츠 수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6%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도 설명했다. 사드사태 이후 주춤해진 중국에서 제2의 한류 붐을 조성하기 위해 왕홍들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마련이 유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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