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개를 문 것도 아니고, 개가 사람을 물었는데 뉴스라고 바득바득 우긴다. 그것도 이등, 삼등도 아닌 ‘일등신문’을 자처하는 언론사의 민낯이다. 이름하여 ‘김정은이 준 풍산개 새끼, 연평도서 사람 물어’라는 제하의 ‘일등신문’ 기사다. ‘靑서 작년 분양, 산책시키다 사고/주민 반려견과 싸움 붙어 말리다 담당자 손 물려… 靑까지 보고’라는 부제까지 친절하게 달았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 사이에서 태어난 ‘햇님’이가 지난해 8월 ‘평화의 상징’이라며 연평도로 분양됐다. 같은 해 12월 말 연평도 평화안보수련원 관계자가 ‘햇님’이를 산책시키다 주민이 기르는 반려견과 싸움이 붙었다.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손을 물렸다. 상처가 깊지 않아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일은 청와대 등 관계기관에 보고됐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햇님’이에게 ‘남조선 인민’들을 공격하라는 지령이라도 내렸다는 뜻인가. 양강도 김형권군 광덕리가 원산지인 풍산개를 ‘남산 지하실’에 깡그리 잡아다 놓고 거꾸로 매단 뒤 고춧가루물을 코에 들이부으며 간첩임을 자백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얘긴가. 남한에 와서도 여전히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혁명조직(RO)을 결성해 무장투쟁을 준비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가. 하다하다 이제는 풍산개마저 ‘빨갱이’ 프레임을 씌워 사상검증을 촉구라도 하겠다는 의도인가. 

기사 제목과 내용이 너무나 저급하고 비열하기 이를 데 없다. 개의 새끼는 강아지, 말의 새끼는 망아지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굳이 제목에 "풍산‘개 새끼’"라는 문구를 넣은 의도도 불순하기 짝이 없다. 

물었다는 ‘햇님’이는 그렇다치고 물렸다는 ‘골든레트리버’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왜 없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 정도의 ‘훌륭한’ 기사를 쓸 정도면 피해견을 인터뷰하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일텐데 말이다. "피해를 입은 골든레트리버는 ‘독재자 김정은이가 싫다고 말하자 갑자기 풍산개가 달려들었다’고 말했다"는 문장이 추가됐더라면  그야말로 ‘일등신문’의 저력을 만천하에 과시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일등신문 꼴등기사.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