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언제부턴가 우리 청년들에게 나라 안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 그것도 반쪽으로 두 동강난 국토가 좁은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도 심리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국내에만 머무르기엔 우리 청년들이 너무 아깝다. 우리 젊은이들은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인재들이다. 왜냐면 척박한 교육환경에서 온갖 악조건을 무릅쓰고 들꽃처럼 생존해온 그 뒷심이 그들의 내면에 잠재하기 때문이다. 세계 그 어느 또래집단 속에서도 웬만한 경쟁에선 살아남을 든든한 저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어느 기업인의 외침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싶다. 

 잠시 미국 LA의 다운타운에 있는 컨벤션센터와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진행된 ‘KCON 2019 LA’를 보자. KCON은 CJ그룹이 2012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한국 문화축제다. 이 행사는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K-POP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패션, 뷰티 등 상품까지 이른바 한류를 주제로 하는 컨벤션과 콘서트를 결합해 인기를 끌면서 미국 LA와 뉴욕,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까지 지속적으로 확장돼 왔다. KCON의 특징 중 하나가 자력으로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컨벤션에 초청해 판매 부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번 KCON 2019 LA에는 40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해 주로 뷰티 상품을 선보였다. 2019 KCON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점은 도요타가 메인 스폰서라는 것이었다. 최근 한일 갈등이 악화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는 북미의 주요 목표 시장인 10대와 20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KCON을 후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KCON이 주는 감동은 특별한 대형 이벤트와 연계해 크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LA와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전문가들이나 기업가들은 어떨까? 그들의 활동 역시 감동을 불러 일으키기에 손색이 없다. 그들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우버 등 글로벌 ICT 기업, 로빈후드나 블라인드 등 스타트업 기업 그리고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이나 지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매니저 그리고 창업자들이다. 이들은 국내의 젊은 학생들과 ICT 산업을 직업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대상자이다. 국내의 젊은이들은 그들을 모델로 삼아 나라 밖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이처럼 나라 밖에선 수만 명의 미국 젊은이가 한국 문화와 상품, 음식 등을 경험하기 위해 미국 문화의 심장인 LA 다운타운에 있는 컨벤션센터를 찾고 있다. 또한 미국 프로농구의 성지 중 하나인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만 명에 이르는 미국의 K-POP 팬이 우리나라 아이돌의 무대에 환호하고 춤을 따라하며 떼창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나라 밖으로 관심을 돌리면 그 현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외국인들이 선망하는 또 다른 한국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적어도 희망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고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국내에만 머무르는 국수적인 자세로는 생존이 어렵다. 국내에서 진영 논리에 갇혀 피아를 구분해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자멸하는 길이다. 앞에서처럼 개척하는 도전정신과 노력 그리고 실력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잠재력을 갖춘 국내의 젊은이들에겐 LPGA, 메이저 리그, 유럽 프리미어 리그의 뛰어난 한국인은 못되어도 각자의 영역에서 나라의 경계를 넘어 더 큰 무대로 도전하기를 권하고 싶다. 국가를 알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개인으로서 그리고 청년 사업가로서 얼마든지 나라 밖에서 할 일이 많다. 우리 교육은 이제 나라 밖으로 경쟁력을 키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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