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해 국채와 특수채(공공기관 발행) 발행 잔액이 1천20조4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갚아야 할 정부 보증 채권이 사상 처음 1천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국채와 특수채 순발행액은 2016년 38조2천억 원, 2017년 35조5천억 원, 2018년 15조6천억 원 등으로 3년 연속 감소했으나 작년에만 51조6천억 원을 순발행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이런 현상이 보다 심화될 것 같다. 

512조 원에 육박하는 슈퍼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올해에만 70조 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상이 아니다. 지금은 1997년 외환사태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급작스럽게 터진 불가항력적 경제위기 상황이 아니다. 대통령 말처럼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세계가 보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도 튼튼한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 더욱 놀랍다. 아마도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서 미래는 지나치게 낙관’하는 비이성적인 태도와 ‘설마 이 정도(몇 십조 원 더 쓰는 것) 갖고 나라가 어찌 되겠냐’는 안이한 사고가 합쳐져서 이런 기막힌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경제요소들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끊임없이 영향력을 주고 받는다. 재정건전성을 훼손시키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차입 여건이 악화돼 다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물가가 폭등하면서 공무원연금·건강보험 같은 ‘국가부담’과 가계대출 부실화 같은 ‘민간경제 부담’이 가중돼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 큰 문제는 다음 세대의 ‘성장과 번영’ 기회까지 앗아 간다는 점이다. 국가경영도 가계살림과 마찬가지다. 부모라면 자식의 미래를 위해 아껴 쓰고 저축하며 재산을 늘려가야지, 자식의 미래를 빚에 찌들린 삶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즉 재정파탄은 국가의 부와 국민의 재산을 위협하는 악성 종양이자, 다음 세대의 기본권까지 파괴하는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행위인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균형재정을 위한 ‘예산제도 개혁, 재정지출 규율 강화, 재정집행 투명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들 엉뚱한 곳에서 딴 데만 쳐다보며 이전투구에 여념이 없으니 나라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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