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로 모여든 다양한 철새들이 장관을 이루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생물다양성을 체감케하는 요즘이다. 게다가 연안과 섬, 내륙 습지 곳곳을 누비는 철새 중에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까지 포함돼 있어 생태환경 보전 노력의 일부나마 결실을 맺은 결과일 것이라는 위안을 준다. 매, 흰꼬리수리, 큰고니, 큰기러기, 조롱이, 천연기념물 원앙 등이 그 예이다. 덩달아 환경보호운동과 생태교육 일선에 있는 활동가들에게는 중요한 학습 기회이자 현장체험 기회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점, 상황에서 생물다양성의 필수적인 토대이자 각종 새들의 삶의 터전인 갯벌에 다시금 주목하게 된다. 

갯벌은 연안어업을 위한 생계 공간이자 우리가 누리는 혜택을 포함해 무궁한 식량의 제공처이며 탄소 저장 및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완화해주는 ‘그린 스펀지’이고 이동성 물새들에게는 휴식처, 서식지를 제공하는 장소다. 또한 해안선 안정화,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를 통해 인류문명과 도시 발달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바도 크다. 따라서 그곳이 오염되거나 매립 등으로 훼손될 경우 조간대 서식지의 생물다양성 감소, 생태계 서비스 유실, 환경재해 증가로 도시의 위기이자 인류의 위기까지도 예상해야 하는 형편이다.  

황해(서해) 갯벌은 더욱 소중하다. 지구에서 가장 큰 갯벌 중 하나로 높은 조수간만 차이로 인해 해양환경의 역동성은 물론 생물다양성, 풍부한 생태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소중한 생명의 터전이다. 250개의 개체군, 5천만 마리의 철새가 이 갯벌을 이용한다. 그 가운데는 33종의 국제위협종이 포함된다. 가장 많은 수의 멸종위기종 이동경로로 사용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지역까지 아우른 황해가 품은 갯벌에서 연간 최소 300억 달러의 생태계 서비스가 유발한다. 

그럼에도 상존하는 개발 압력에 의해 전례 없는 속도로 갯벌은 매립돼 지난 50년간 황해(서해) 갯벌이 66% 손실됐다. 그 결과 각종 오염과 생물자원의 남획과 더불어 철새 종 개체 수는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종의 연간 감소율은 최대 7~24%에 육박한다고 한다.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면서 종다양성을 파괴하는 외래종 유입, 갯벌 황폐화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갯벌 면적은 총 2천482㎢를 헤아린다. 이들은 서해안 2천79.9㎢, 남해안 402.1㎢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전남이 1천53.7㎢로 최고 넓은 갯벌을 보유한 지역이다. 인천은 728.3㎢의 넓이로 두 번째로 많은 갯벌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습지보전법,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갯벌을 보전, 관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8개소 총 1천777.449㎢가 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면 인천지역의 형편은 어떠한가? 장봉도갯벌(2003년 12월 습지보호구역 지정) 68.4㎢, 송도갯벌(2009년 12월 습지보호구역 지정) 6.11㎢, 대이작도 주변해역(2012년 12월 해양생태계보호구역 지정) 55.7㎢에 불과하다. 지속적 노력이나 성과에서 초라한 실정이다.  더욱이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신도시 건설,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준설토투기장 조성, 바닷모래 채취, 추가적인 갯벌매립 계획 등은 인간의 지속가능한 생존 토대이기도 한 연안과 갯벌을 개발하기 쉬운 곳, 별 힘들이지 않고 막대한 돈을 챙길 수 있는 대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간 환경시민사회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가 표명해온 국제적 생태도시, 해양도시 비전은 허구일 공산이 크다. 결국 인천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수도권 갯벌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다. 실망을 넘어 좌절감마저 갖게 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새해는 밝았다. 새해가 주는 선물 가운데 하나는 심기일전의 기회가 마련된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올 한해 생태환경 정책, 그 가운데 갯벌자원 그리고 철새 보호를 중심으로 한 정책에 집중, 심기일전해 주기 바란다. 인천시 관계부서는 박남춘 시장이 누누이 역설해온 생태환경 자원 보존, 지속가능한 활용의 뜻을 충분히 환경정책으로 담아내야 한다. 아울러 제도와 조직, 예산으로 그에 대한 구상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인천시의 그러한 노력과 실천은 독자적이면서도 동시에 다각적 연대, 협력의 방식으로 경계 없이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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