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유럽 일대를 정복해 인류 역사상 최대 제국으로 일컬어지는 몽고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칭기즈칸은 매를 사랑해 마치 친구처럼 여기며 길렀으며 사냥을 나갈 때면 늘 데리고 다녔다. 하루는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손에 들고 있던 매를 공중으로 날려 보내고 목이 마른 자신은 물을 찾았다. 가뭄으로 개울물은 말랐으나 바위틈에서 똑똑 떨어지는 석간수를 발견했다.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을 잔에 받아 마시려고 하는데 난데없이 바람 소리와 함께 나타난 자신의 매가 손을 쳐서 잔을 땅에 떨어뜨렸다. 매가 계속해서 물을 먹지 못하게 방해하자 칭기즈칸은 몹시 화가 났다. 

 "네가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가 날아와서는 잔을 떨어뜨리자 칭기즈칸은 재빨리 칼을 휘둘러 매를 베어 죽였다. 죽은 매를 치우면서 바위 위를 보니 죽은 독사의 사체가 샘물 안에서 썩고 있었다. 매는 자신의 주인인 칭기즈칸을 살리기 위해 물을 계속 엎어 버렸던 것이다. 칭기즈칸은 막사로 돌아와 금으로 매의 형상을 뜨게 하고 양 날개에 각각 "분노로 한 일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벗은 여전히 벗이다"라는 문구를 새겼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본다.  아내에게 그간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칭기즈칸처럼 행동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늘 간섭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며 살아온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화가 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은 물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침착하게 판단하겠다고 결심한다. 특히 상대방 이야기를 항상 선의로 받아들이고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며 살아가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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