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사진 = 연합뉴스
이국종 교수. /사진 = 연합뉴스

국내 중증외상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결국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사임할 뜻을 내비쳤다.

이 교수의 사퇴 이유가 센터 운영을 놓고 병원 측과 빚은 갈등으로 알려지면서 병원을 향한 비난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열악한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을 강조했던 이 교수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면서 아주대병원 및 중증외상 분야에 대해 정부 당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 교수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나 센터 운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교수의 센터장 임기는 오는 11월 24일까지다.

이 교수가 사임을 결심한 배경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센터 운영을 놓고 아주대병원 운영주체인 아주대의료원과 겪은 갈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희석 의료원장이 4∼5년 전 이 교수에게 욕설을 포함한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 지난 13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16일에는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가 유 원장의 사과와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병원 측에 사임 의사를 전달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최근 한 달간 명예 중령 자격으로 해군 해상훈련에 참가했다. 15일 경남 진해군항으로 귀국했으며, 다음 달 1일 다시 병원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이 교수가 센터장을 그만둘 의사를 보이면서 병원 측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의 사임 소식이 담긴 보도에는 병원의 잘못을 탓하는 댓글이 잇따라 달리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는 보건복지부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아주대병원은 2012년 ‘중증환자 더 살리기 프로젝트’(일명 석해균 프로젝트)를 도입해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권역외상센터 지정에서 고배를 마시자 이 교수는 경기도와 함께 아주대병원 지정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지속적으로 재지정을 건의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아주대병원은 이듬해 권역외상센터에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고, 이후 센터는 2016년 중증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도록 아주대병원 본관 옆에 별도로 시설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중증외상환자 수, 책임진료율, 전원사례 등을 기준으로 복지부가 전국 16개 센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교수의 사의 표명이 권역외상센터 운영의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이유일 수도 있지만, 현재 언론 보도 양상을 보면 병원과의 갈등이 시발점인 듯하다"며 "정부가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에 투입한 예산이 늘면서 아직 수익 분석을 하지는 않았지만 적자가 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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