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삼국시대’를 엿보려면 연수구 옥련동 능허대공원을 찾으면 된다. 능허대공원 연못에는 과거 백제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능허대라는 정자가 우뚝 서 있다. 

1천600여 년 전 이곳은 중국을 왕래하는 사신을 태운 배가 출발하는 나루터였다. 삼국 중 가장 먼저 외교 능력을 발휘했던 백제는 중국과 통교를 시작한 372년부터 옹진으로 도읍을 옮긴 475년까지 이곳에서 나룻배를 타고 중국 산둥반도에 이르렀다. 능허대는 중국 남조에서 온 사신들이 귀국할 때 배의 출항을 기다리기에 적합했고, 그들을 배웅하는 백제의 관원들이 멀어져 가는 배를 지켜보기에도 적당한 곳이었다. 사신들은 능허대에서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렸다 때를 맞춰 배를 탔는데, 지금으로 따지면 백제시대 공항 VIP 대합실인 셈이다. 

1천6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작은 나루터가 있던 능허대 주변 멀지 않은 곳에 송도국제도시가 들어서서 크루즈가 출항하고 세계인이 드나드는 국제 교류의 중심지가 됐으니 그 옛날 백제의 외교사절 대합실의 명성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고려시대’를 경험하기에 좋은 곳은 강화도 고려궁지다. 강화도 고려궁지는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개경에서 강화로 옮긴 1232년부터 다시 환도한 1270년까지 38년간 사용된 궁궐터다. 고려시대 피난 수도인데, 기록에 따르면 이곳을 지은 이는 고려 무신정권 ‘최우’라고 전해지고 있다. 비록 규모는 작으나 당시 고려의 수도인 송도(개성)의 궁궐과 모양을 비슷하게 만들었고, 정궁 외에 행궁·이궁·가궐 등 왕궁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하지만 이 궁궐은 몽고와 화의를 맺은 지 얼마 안 돼 결사항전의 상징이라고 여긴 몽골의 압력으로 모두 허물어졌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강화의 지방행정관서가 들어섰는데 이마저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모두 없어지거나 약탈당했다. 현재는 강화유수가 업무를 보던 동헌, 이방청 등이 남아 있으며 사적 제133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인천도호부관아
인천도호부관아

현재 남아 있는 고려궁지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20여 분이면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장엄함보다는 슬픔을 껴안은 역사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숙연해지는 공간이다.

‘조선시대’는 인천도호부관아에서, ‘근대 인천’은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미추홀구 승학산 자락에 자리한 도호부관아는 조선시대 행정을 담당했던 관청이다. 철저한 중앙집권국가였던 조선은 전국을 8도로 나누고 도 아래 대도호부, 목, 도호부, 군, 현을 둬 행정을 총괄했는데 도호부의 장은 도호부사, 우리가 잘 아는 사또였다. 현재는 사또의 집무처인 동헌 일부와 객사만 남아 문학초등학교 교정에 보존돼 있다. 

도호부관아 내에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물건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맷돌, 다듬이와 같은 생활용품은 물론 북과 징, 꽹과리, 소고와 같은 전통악기와 외줄타기, 굴렁쇠, 연날리기, 제기차기, 팽이와 같은 놀이문화도 직접 즐길 수 있다.

인천은 대한민국 최초의 공식 이민 출발지였고, 이민 대상지는 바로 미국 하와이였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새로운 세계로 떠난 이민자들의 출발지를 기억하고 선조들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억하기 위해 해외 동포들의 뜻을 모아 건립됐다. 

강화 씨사이드리조트에서 루지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기호일보 DB>
강화 씨사이드리조트에서 루지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기호일보 DB>

전체 4개 전시실에는 이민의 출발지였던 개항 당시 인천의 정세와 이민의 배경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져 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할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던 하와이의 상황, 최초의 이민자들을 싣고 출항한 선박의 모형 등 당시 이민자들의 길고 험난했던 여정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고된 노동생활을 담은 영상과 하와이 한인학교를 연출해 놓은 교실은 이민 당시의 생생함을 더해 준다. 또 이들이 고통을 딛고 개척자로서 미국 전역에 뿌리내린 발자취를 사진 자료와 유물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세계 속에 뿌리내린 700만 동포들의 어제와 오늘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공간인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목표를 품고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땀과 노력을 응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익사이팅한 놀이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많다. 강화도에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루지(luge) 체험장이 있다. 무동력 바퀴 썰매로 구성돼 있어 아이·어른 모두 손쉽게 방향을 조절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코스는 난이도에 따라 2개 라인으로 구분돼 있으며, 취향에 맞춰 코스를 선택해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강화 빙어축제.
강화 빙어축제.

송어빙어축제도 관광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고려산 진달래축제로 유명한 고려산 계곡 신선저수지와 왕방마을 인산저수지에서 열린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산책로, 얼음썰매 등 여러 즐길거리와 이벤트는 물론 낚시 체험도 할 수 있고 송어회와 구이, 빙어튀김 등 겨울철 별미도 맛볼 수 있다.

인천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친환경 시민친화시설인 ‘송도스포츠파크’는 생활폐기물 소각처리시설에서 발생한 소각열로 운영돼 저렴한 가격으로 환경까지 생각하는 착한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농구·축구·배구·골프 등 야외 스포츠와 수영장·스쿼시장·인공암벽 등 다양한 실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인천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송도컨벤시아에서는 ‘상상체험+레이싱 키즈월드’ 행사가 진행된다. 송도컨벤시아 전시장 3·4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추위로 밖에서 뛰어놀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해 튜브를 이용한 초대형 실내 썰매장, 어린이 암벽등반, 하늘자전거, 꼬마기차, 회전그네, 미니바이킹과 유로번지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곶자왈 생태관.
국립생물자원관 곶자왈 생태관.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을 생물분류학에 따라 구분해 순서대로 전시했고, 실물 표본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어 생생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생물부터 희귀종까지 다채로운 생물을 실물 표본으로 상설 전시하고 있다. 특히 곶자왈 생태관은 따뜻한 온실형 생태관으로 다양한 난대성 식물과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자생식물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로 점점 사라져 가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전시물마다 설명돼 있어 우리가 지켜야 할 지구의 건강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17년 1월 오픈한 석모도 미네랄 온천은 인위적인 소독이나 정화작용 없이 100% 천연 온천수 원수만 사용해 관절염, 근육통, 아토피피부염, 건선, 소화 기능 개선 등에 좋아 인기가 높다.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에 실내탕과 노천탕 15개, 야외 족욕탕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고르는 재미가 있다. 노천탕에서 넓은 하늘과 서해의 석양을 바라보며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쌓였던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석모도 미네랄 온천.
석모도 미네랄 온천.

인천을 대표하는 호텔들도 겨울을 맞아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스파 씨메르는 야외 온천에서 인천국제공항의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고, 독특한 인피니티 풀과 스파를 즐길 수 있다. 내부에서는 세 개의 벽면을 가득 채운 LED에서 다양한 힐링 영상이 흘러나오는 버추얼 스파와 독립된 공간에서 휴식을 즐기는 동굴 스파, 4층 높이의 슬라이드에서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아쿠아 루프와 토네이도 슬라이드 등 휴식과 액티비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국내 최초 디자인호텔스 회원사로 선정된 네스트호텔은 사계절 날씨에 맞게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인피니티 스파 수영장인 스트란트를 운영하고 있다. 서해의 일출과 일몰 명소로도 유명한 네스트호텔에는 키즈풀이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강화 젓국갈비
강화 젓국갈비

전국에서 유일하게 물텀벙 거리가 형성될 정도로 물텀벙은 인천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마산의 아구찜은 아구를 꾸덕꾸덕 말렸다가 탕을 끓이는데 인천의 물텀벙은 말리지 않고 생아구 상태로 요리한다는 차이가 있다. 매콤하고 칼칼해 보이는 양념에 도톰하고 탱글한 살과 꼬들꼬들한 내장이 큼지막하게 들어 있고 콩나물과 버섯, 그리고 미더덕까지 어우러져 양이 푸짐하다. 양념은 전분이 많지 않아 퍽퍽함이 없고 생물을 사용하므로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에 자꾸 젓가락질을 하게 된다.

강화도의 젓국갈비는 외지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겨울철 음식이다. 젓국갈비는 돼지갈비에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시원하게 끓여 먹는 향토음식이다. 몽고에 항쟁하던 시절 임시 수도 강화로 피난 온 고려 왕실에 진상한 음식에서 유래했다. 돼지갈비의 담백함과 새우젓의 짭조름함이 섞인 국물에 따끈한 밥을 한 술 뜨고 강화 순무김치로 마무리하면 공깃밥 하나로는 부족하다.

이번 설 연휴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있는 인천에서 취향에 따라 나들이를 떠나 보면 어떨까.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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