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
최영희 시인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바우어새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바우어새는 참새과목에 속하며 10여 종이 있다고 알려졌다. 아름다운 새의 깃털 못지않게 특이한 점은 인테리어를 할 줄 안다는 점이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멋진 장식으로 일미를 가하는 감감이 뛰어나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연출한다. 훌륭한 예술적 감각이 돋보인다.

바우어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뛰어난 자연경관 속에 자연물을 수집해 멋진 집을 짓는 것이다. 나무의 잔가지를 가져다 삼각형 움막 형태로 집을 짓거나 수풀 속에 풀들을 가지런히 다져 둥지를 튼다. 자연 속에 있는 나무열매나 형형색색의 꽃을 따 장식한다. 꽃잎을 한 잎 한 잎 물어다 흩뿌려 꾸미기도 한다. 움막 같은 나뭇가지 위에 조개껍데기 등을 꽂아 장식하기도 하며 빨강 파랑의 열매즙을 이용해 물감처럼 색을 칠하기도 한다. 바우어새가 드나드는 출입구에 꽃잎으로 꽃길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수컷 바우어새가 암컷 바우어새를 유인하기 위한 구애작전이라고 한다.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나면 수컷은 구애 행위로 춤을 추고 노래한다. 그러면 암컷이 날아와 응수한다. 암컷은 집을 먼저 살펴본다. 집이 암컷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암컷은 냉정하게 떠나버린다. 장식한 집이 마음에 들면 암컷은 수컷과 사랑을 나눈다. 새들에게도 마음이 있다. 참 재미있는 자연생태다.

그러나 사랑을 나눈 수컷은 곧바로 암컷을 쫓아내고 새로운 암컷을 계속 유인한다고 한다. 암컷은 다른 곳에서 혼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른다. 아름다운 예술행위는 그저 수컷 바우어새의 자아도취요 애정행각에 불과한 것이다. 새들의 경우를 보면 수컷 새가 훨씬 화려하고 아름답다. 공작새도 멋진 꼬리를 자랑하는 것은 수컷이다. 성적 매력을 발산하기에 충분하다. 책임감을 따지거나 강요하지 않으니 수컷 새는 자유롭다.

참으로 재미있는 자연의 세계이지만 그것이 비단 동물의 세계에서만 있는 것일까. 한때 우리나라도 남존여비 사상이 잔재돼 남성위주의 권위가 강했던 시대가 있었다. 옛날 신파극에 많이 등장하던 멜로의 주제도 수컷 바우어새처럼 여성편력에 사로잡혀 사회적 물의를 빚는 소재가 많았다. 돈과 권력이 있는 남성들은 여성의 사랑을 쉽게 차지하고 쉽게 외면하기도 했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절망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가던 근대기의 비화도 많이 있었다.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힘이다. 인간의 경우를 보면 사회적 경제적 능력이 힘의 뿌리다. 그 힘에 의해 사회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러나 바우어새의 경우처럼 동물의 세계에서는 좀 다르다. 수컷은 한량처럼 유희하고 암컷이 생활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사회구조는 원초적이다. 섭리에 순응하며 묵묵히 답습되고 유지된다. 바우어새의 아름다운 인테리어는 그들만의 질서이고 생태다. 태초의 인간도 한때는 그러한 원초적 질서 속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체계를 뛰어넘는 자는 선구자다. 수컷 바우어새가 집을 장식하고 생활까지 책임진다면 또 다른 자연의 질서가 확립되지 않을까. 자연을 관망하는 인간의 시각에서 본다면 말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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