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와 ‘상생협의회’ 구성. /사진 = 인천시 제공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와 ‘상생협의회’ 구성. /사진 =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지하도상가 조례를 둘러싼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려다 조례 개정을 스스로 차단하며 자승자박(自繩自縛)한 모양새다. 시가 상위법 위반을 자초하면서 조례 개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3면>
시는 29일 ㈔인천시지하도상가연합회와 ‘인천시 지하도상가 상생협의회’ 구성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안 개정안 재의의 건’을 논의할 본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

협의회는 지역 지하도상가 관리 및 운영에 대해 규칙·법률 등 제도적 보완을 제안하고, 상가 상생 발전을 위한 종합지원대책을 합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 담당부서와 인천시의회, 지하도상가연합회 등 관계자들을 비롯해 법률·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박남춘 시장은 "오늘 합의로 그동안 답답하던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조례 개정이 조속히 진행되고, 지하도상가 상권 활성화의 새로운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협의회에 다양한 구성원을 모시고 법률 보완사항 제안 및 대책 등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시장의 기대와 달리 협의회 구성이 오히려 상위법에 어긋나는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합의문을 보면 협의회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항목에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 문제가 포함돼 있어서다. 이는 사실상 협의회에 속한 지하도상가연합회 상인들의 동의가 없으면 조례 개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31일 본회의에서는 재의 요구안이 처리되자마자 의장 직권상정으로 새 조례안을 심의하기로 가닥이 잡힌 분위기다. 2월 2일 계약이 만료되는 인현지하도상가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조례안 발의나 입법예고 등 행정절차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표결할 조례안에는 인현지하도상가를 비롯해 올해 계약이 끝나는 부평중앙·신부평지하도상가 등 3곳에 유예기간을 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나머지 10개 지하도상가에 대한 조례다. 3개 지하도상가와는 별개로 감사원 등 지적에 따라 양도·양수·재임대를 허용하는 기존 조례 개정 작업을 다시 진행해야 하지만 그동안의 상황을 보면 상인들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협의회 구성으로 조례 개정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시 관계자 입에서조차 나오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조례는 시민들과의 약속인 만큼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는 통일된 하나의 조례가 제정되는 것이 맞다"며 "이대로 가면 계약 만료된 상가에 대한 유예기간을 인정하는 조례, 상위법에 어긋나는 기존 조례 등 지하도상가를 두고 서로 상충하는 두 개의 조례가 존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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