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에너지와 환경 그리고 경제와 관련해서 각 정당과 후보들의 철학적, 정치적 경쟁이 심해질 듯하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은 경쟁이나 갈등을 넘어 우리나라의 경제와 미래를 좌우할 문제다. 문재인 정권의 출범 이후 최초의 사회적 쟁점이 원자력발전의 폐지 여부에 대한 공론화였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커진 사회적 우려가 반영된 것이었다. 그렇게 요란하게 공론화가 진행되었지만, 원자력발전에 대한 큰 틀의 변화는 없었다. 공론화 진행 과정 동안 건설이 중단되었던 신고리 5, 6호기는 현재 정상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발전소의 수명에 대한 설계수명은 설계 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제시일 뿐, 실질적으로 가동되는 수명은 그보다 훨씬 길다. 어떻게 운영하고 정비하느냐에 따라 수명은 유동적이다. 

닦고 조이면 오래 쓴다는 것은 자동차와 다를 게 없다. 자동차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발전소 건설에 수 조원의 비용이 투자된다는 것이고, 원자력 발전소 하나의 적기 건설 실패 또는 가동 중단이 국가 에너지 안보 또는 전력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날로 심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강조하는 환경주의적 시각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감축만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충분히 타당한 주장이고 귀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원자력발전이다. 

석탄화력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전기자동차는 물론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전기화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법이 원자력발전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가능하다는 주장들을 하지만 미국이나 호주 같은 나라라면 모를까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미국이나 호주는 좌우로 광활한 대지 덕택에 태양광의 발전시간이 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좌우 폭이 좁고 그나마 신재생을 추진할 수 있는 면적 또한 좁다. 태양광 등 신재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다급한 문제는 ‘덕커브(Duck Curve)’다.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낮에는 전력 수요가 감소하고 저녁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것이 ‘U’자형 수요곡선이다. 덕커브가 깊어져서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의 기저발전 아래로 수요가 내려오는 경우,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한편, 저녁에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맞추기 위해 기저발전의 가동을 중단할 수도 없다. 저녁의 전력수요가 너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발전기 또한 가동을 준비해야 한다.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맞추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석탄발전은 어떤가. 석탄은 가장 풍부한 에너지원이고 세금이나 다른 비용을 추가하더라도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발전원이다. 석탄화력의 외부효과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적극 추진 중이고,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오히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처지에서는 석탄의 중요성을 재평가하고, 미래 에너지로서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석탄의 수송, 저장 과정에서 비산되는 석탄재, 발전 이후 나오는 회(재) 등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량은 충분히 감축할 수 있다. 그리고 석탄발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재활용 또한 가능하다. 생산 중이거나, 폐기된 석유·가스전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석탄발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석유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하거나, 이산화탄소를 폐석유·가스전 지하에 저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장이 아니라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 개발된 상황이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산화탄소의 재활용 방법을 찾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이산화탄소가 자원으로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 

석탄은 쉽게 포기할 에너지원이 아니다. 일본은 수소사회 로드맵에서 호주의 석탄에서 수소를 추출한 후 액화해서 수입하고, 석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하에 저장하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원자력이든 석탄이든 버리거나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최적의 방법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015년 영국의 에너지부 장관은 원자력은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전원이라고 선언했다. 우리도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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