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도심의 기능을 되살릴 수단으로 과거 물리적 환경 개선에만 중점을 둔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이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시재생은 침체된 도시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산업·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도 도시를 활성화하는 개념이다. 

의정부시는 대표적 달동네 ‘신흥마을’을 중심으로 ‘주민과 함께’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안병용(왼쪽) 의정부시장이 한국해비타트와 노후주택 개선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안병용(왼쪽) 의정부시장이 한국해비타트와 노후주택 개선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 의정부시 대표 달동네 ‘신흥마을’, 도시재생의 기지개를 켜다

약 1만7천㎡ 면적의 신흥마을(의정부동 287-35번지 일원)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판잣집을 짓고 살며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대부분 2층 이하의 노후 주택지로, 한때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됐으나 2014년 해제된 이후 슬럼화가 계속되고 있다. 지대가 낮아 장마와 하수도 역류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잦으며, 현재 263가구(496명) 중 30년 이상 노후 주택 비율이 70.83%에 달한다. 

낡은 무허가 불량 주택과 방치된 폐·공가는 물론 주차장 시설이 전무하고 내부 도로가 좁아 보행사고 및 화재 등 안전사고에도 취약했다. 

도시재생 소식을 전하는 마을기자단 수료식.
도시재생 소식을 전하는 마을기자단 수료식.

이 같은 신흥마을에 도시재생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주민협의체를 조직하면서부터다. 주민 95%가 노후화된 주택의 개선사업에 찬성했으며, 시도 의기투합해 관 주도가 아닌 주민과 함께 하는 도시재생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는 주민협의체, 관련 단체 및 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등 효율적 업무 연계를 통해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준비해 왔다. 2017년 경기도 맞춤형 정비사업 선정을 시작으로 2018년 국토교통부 소규모 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돼 사업비 4억 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수년간 방치된 폐·공가를 철거하고 마을텃밭과 주민 공동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 신흥마을, 시와 주민이 함께 하는 도시재생사업에 날개를 달다

시는 마을별 대표 주민들로 팀을 구성해 마을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도시재생대학’, ‘찾아가는 도시재생교육’ 등을 통해 주민들의 기본 역량을 강화해 왔다. 또 도시재생 소식을 알리는 ‘마을기자단’ 운영, 길라잡이 역할을 할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등 주민 참여를 돕고 있다. 

특히 도시재생위원회를 열어 국가 공모 신청 내용에 대한 자문을 거쳐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는 등 주민들이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주민 주도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흥마을 주민협의체 회원들.
신흥마을 주민협의체 회원들.

주민들 역시 적극적으로 도시재생사업에 함께 했다. 신흥마을 주민협의체는 2017년 15명으로 시작해 현재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복지분과·교육분과·주거분과·공동체분과 등 4개 분과 총 18명의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 주거지 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이 밖에도 주민이 꿈꾸는 마을을 계획하기 위한 주민 워크숍, 우수 사례지 답사, 주민회의 등도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 결과, 신흥마을은 지난해 4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새뜰마을사업’ 대상지로 선정, 4년간 약 43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이 사업을 통해 총면적 400㎡ 규모의 주민어울림공간을 조성하는 등 마을공동체 중심의 마을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여름 홍수를 대비한 하수 역류 방지시설 및 임시 소방도로 개설, 빈집 정비, 슬레이트 교체사업 등 주택정비사업을 실시한다. 

새뜰마을사업에 이어 신흥마을은 같은 해 7월 국토교통부의 ‘민관 협력형 도시 취약지역 지원사업’ 대상지로도 선정됐다. 

이로써 신흥마을 노후 주택 40가구에 대해 민간기업의 현물 및 공공기관 후원금 등 추가 지원이 가능해졌다. 민간기업 KCC와 코맥스가 각각 에너지효율·화재 예방 건축자재와 스마트홈 보안자재 등 집수리를 위한 다양한 주요 자재를 지원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업비를 후원하고 주거빈곤 퇴치 봉사단체인 한국해비타트와 지역주민들이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시는 최근 한국해비타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신흥마을 노후주택 개선사업에 대한 관리 및 지원, 주거지원서비스 교육 등 제반적인 사항에 대해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지역민들이 자생력 강화를 위한 제빵교육에 참여해 파이팅을 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자생력 강화를 위한 제빵교육에 참여해 파이팅을 하고 있다.

# 지속가능한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으로 ‘도시재생사업’을 넘어 ‘주민공동체 복원’으로

시는 앞으로도 주민주도형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도시재생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자생력 강화의 일환으로 소상공인, 사회적 기업, 시와 연계한 마을제빵 및 집수리 교육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 중심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소셜다이닝’을 통해 주민들끼리 서로 이해하는 화합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시는 지속가능성과 자족기능을 갖춘 마을을 형성한다는 구상으로,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주민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골목자치’ 실현을 위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안병용 시장은 "앞으로도 주민과 함께 하는 도시재생사업에 힘써 신흥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며 "주민공동체도 활성화돼 ‘신흥’이라는 이름처럼 새롭게 부흥하는 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사진=<의정부시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