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참 세상의 빠른 변화 속도가 느껴진다. 전자출판이란 용어가 처음 나오고 한때 독서가였던 시절에 돈을 주고 몇 권을 사서 봤다. 종이 책에 익숙했던 내게 낯설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전자책으로 나오던 책이 별로 즐겨 읽지 않던 무협이나 로맨스물 장르가 다수를 차지해 흥이 오르기도 전에 관심이 꺼져버렸다. 그로부터 얼마나 흘렀을까. 언젠가부터 텔레비전에서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이 등장하는 전자책 사이트 광고가 나왔는데도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여름휴가를 보내러 생애 최초 유럽행 비행기를 타기로 하고 오가는 길에 즐길거리를 찾던 중 전자책을 공짜로 읽을 기회가 생겨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충격이었다. 엄청나게 늘어난 전자책 출간 양과 새로 접한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과거와 달리 유명 작가의 신작도 독점 공개할 정도로 파급력이 커진 상태였다. 여전히 종이가 아닌 전자책 읽기는 개인적으로 낯설었지만 이미 사이트를 통해 많은 이들이 사서 보는 듯했다. 사회부 기자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어느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빠르게 사회적 변화를 읽고 따라가야 할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동안 관습과 타성에 젖어 가장 둔감한 인간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떠오르는 뉴미디어에 꽂혀서 퇴근 후 유튜브나 전자책 등 신생 플랫폼을 눈이 빠지게 보고 있다. 이제 책도 본인이 전자책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올해 영상 제작과 전자책 출간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평소 인터넷 검색과 기사 쓰는 용도만 쓸 정도로 컴맹이었는데 새로운 도전에 가슴이 오랜만에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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