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느새 입춘을 넘어서며 조금씩 겨울의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꽃도, 단풍도 없지만 칼바람을 친구 삼아 선연한 청량감에 젖은 채로 놀다 보면 어느새 등줄기에 기분 좋은 땀이 나는 상쾌한 계절, 훌훌 털어내고 혼자 떠나도 좋고 함께라면 더욱 좋은 곳, 자연의 낭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안성으로의 겨울 여행을 떠나 본다.

안성 칠장사 겨울 풍경.
안성 칠장사 겨울 풍경.

# 금북정맥의 기를 받는다!… 서운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금북정맥 끝자락에 자리한 서운산의 품에 안긴 서운산 자연휴양림은 안성시가 2018년 5월 4일 새롭게 개장한 자연친화형 휴양림이다.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 어디에서 출발하든 마지막은 안성시 금광면 마둔저수지 방향이고, 여기서 천년고찰 석남사를 지나면 1.5㎞ 앞에 휴양림의 입구가 펼쳐진다. 길은 편도 2차로로 차량 통행이 별로 없는 한가로움이 좋다. 입구를 따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공폭포,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있고 예약자는 방문자센터에 먼저 들르면 된다.

안성 사계절썰매장에서 마련한 1월 문화공연 이벤트.
안성 사계절썰매장에서 마련한 1월 문화공연 이벤트.

이곳은 8개 동의 테마가 있는 숲 속의 집과 오토캠핑장 40사이트, 야영장 6사이트를 갖추고 있으며 빈손으로 들어가 이용할 수 있는 카라반도 4대가 있다. 골짜기 속에 숨은 듯 서운산에 안긴 시설물들의 배치가 하룻밤 묵는 것만으로도 백두대간의 정기를 충전하기에 충분하다. 

숲 속의 집은 한 채, 한 채가 독립적으로 구성돼 ‘맞춤랜드, 팜랜드, 칠장사, 석남사, 금광호수, 고삼호수, 서운산, 미리내’ 등 저마다의 고유한 명칭을 갖고 있다. 모두가 안성시의 대표적 관광명소의 이름이다. 

서운산 쪽으로 뻗어 있는 산책로는 어른 걸음으로 20~30분 걸리는 안성맞춤 건강 코스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서운산 정상까지의 코스, 석남사 마애불 방향에서 오르는 1시간 20분 코스로 조성돼 있다. 딱히 서운산 시설물을 이용하지 않고, 이곳에서 1박을 하지 않아도 서운산을 오르는 산책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자연휴양림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석남사는 드라마 ‘도깨비’의 풍등 장면 등이 촬영된 곳으로, 영산전(靈山殿)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기에도 그만이다. 최근에는 ‘진심이 닿다’라는 드라마에서 첫 키스신이 촬영되기도 했다. 

모든 시설물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체크인은 당일 오후 2시, 체크아웃은 다음 날 정오이다. 요금은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뉘며 안성시민은 25~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서운산 자연휴양림 홈페이지나 전화(☎031-678-2913)로 문의하면 24시간 통화가 가능하다.

날씨가 온순해진 가운데에도 휴양림의 밤은 쌀쌀하다. 하지만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별이 내려앉은 듯 산골짜기의 불빛이 은은하다. 가는 겨울이 아쉬운 여행자라면 서운산 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안성 사계절썰매장 눈동산.
안성 사계절썰매장 눈동산.

# 내려올 때는 짜릿한 쾌속, 올라갈 때는 편안한 무빙워크… 안성맞춤랜드 사계절썰매장

겨울이 와야 더 즐거워지는 곳, 둘째가라면 서러운 눈썰매장이다. 

오는 23일까지 운영되는 안성맞춤랜드 사계절썰매장은 안성시 보개면 안성맞춤랜드에 위치했다. 온 가족이 겨울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으로 봄·여름·가을에는 일반 썰매를, 겨울에는 매일매일 제설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신선한 눈 위에서 속도감 있는 눈썰매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놀이장의 메카다.

슬로프 높이는 성인용 125m와 어린이용 85m로 나뉘며, 올라갈 때는 무빙워크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올 겨울에는 지난해까지 몽골텐트였던 고객 쉼터를 새롭게 철골구조물로 바꿨고, 여기에 펠릿 난로가 가동돼 쉬엄쉬엄 추위를 녹이기에 그만이다.

썰매장 안 매점에는 돈가스부터 어묵, 컵라면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준비해 두고 있으며,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입장 후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재입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눈썰매를 탈 수 없는 만 5세 미만의 아이들은 썰매장 앞에 조성된 눈동산에서 겨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문의:☎031-675-6868

새벽을 깨우는 안성 칠장사 타종 모습.
새벽을 깨우는 안성 칠장사 타종 모습.

# 천년고찰 안성 칠장사 

안성시에서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 곳을 하나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칠장사이다. 천년고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보 제296호 칠장사 오불회괘불탱이 있고, 대웅전은 국가보물 제2036호로 지정됐다.

칠장사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임꺽정의 전설과 어사 박문수의 몽중등과의 배경이 됐던 곳으로, 입시철이면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안성시가 2016년 어사 박문수의 합격다리를 설치해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입시 기도처의 새로운 성지로 입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찰 입구에서 일주문, 천왕문을 거쳐 대웅전까지 구부러짐 없이 길이 이어지며, 일곱 도적의 전설이 서린 나한전의 곁에는 600년 된 소나무가 조용히 사찰을 지키고 있다. 일곱 도적의 전설은 7명의 도적이 혜소국사의 법력에 큰 깨달음을 얻어 현인이 됐다는 이야기다. 

명찰들이 그렇듯 칠장사는 칠현산의 품에 안겨 있다. 절 주변에는 수목장의 이름표들이 간혹 눈에 띄기도 한다. 산길을 따라 오르면 칠현산이고, 숲은 또 칠장산으로 연결된다. 칠현산, 칠장산 모두 해발 500m 안팎으로 완만하지만 등산객이 많지 않고 겨울철 해가 빨리 지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산행은 금물이다. 

나한전에서 바라보는 사찰 전경의 고즈넉함과 새소리, 바람소리, 이따금 들려오는 풍경소리에 마음을 씻어내게 된다. 

겨울 칠장사는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와 사찰을 둘러싼 부드러운 산세가 누구에게나 그 품을 내어준다. ‘쉼과 고요와 멈춤’으로써의 여행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안성 천년고찰 칠장사로 떠나 보자. 문의:☎031-673-0776

안성=김진태 기자 jtk@kihoilbo.co.kr

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사진= <안성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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