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인하대병원에서 출산한 허순자 씨와 의료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12일 인하대병원에서 출산한 허순자 씨와 의료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제가 중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돼 코로나19 때문에 간호사 선생님들이 저를 대하는 것을 꺼려 하실 줄 알았는데, 불편한 기색 없이 가족처럼 돌봐주셔서 감동했습니다."

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제왕절개로 무사히 출산한 허순자(31)씨. 중국 다롄(大連)에 거주하고 있던 허 씨는 출산예정일(2월 9일)을 일주일가량 남기고 지난 3일 한국을 방문했다. 중국에 가기 전 인천에서 살았을 때 첫아이를 출산했던 병원에서 둘째 아이를 낳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허 씨를 선뜻 받아주는 병원은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병원은 허 씨가 중국에서 왔다는 얘기를 듣고 코로나19 문제와 관련해 부담스러움을 내비쳤다. 여러 병원을 수소문하던 허 씨는 다급한 마음에 지역 보건소와 청와대까지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여의치 않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 사이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서 초조해진 허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5일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인하대병원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산부인과는 임신 초기부터 출산 이후까지 장기간 병원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한 임신부는 보통 출산예정일 두 달 전부터 진료 일정을 계획하는 편이다.

하지만 인하대병원은 시간을 더 지체하면 위험하다는 판단에 재빠르게 조치를 취했다. 선별진료소를 통해 사전 검사와 산부인과 검사를 바로 진행했으며, 코로나19 검사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만일을 대비해 감염증 검사까지 진행했다. 다행히도 허 씨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인하대병원 의료진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12일 오전 제왕절개로 건강한 둘째 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다.

출산 이후에도 인하대병원의 배려는 끝나지 않았다. 허 씨의 잠복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개인 병동에 배치해 치료 및 보호했다. 회복을 모두 마친 허 씨는 14일 퇴원할 예정이다.

허순자 씨는 "여러 병원에서 거절 당했을 때는 겁이 많이 났었는데 인하대병원에서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격리치료로 신생아 면회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저를 위해 아이의 사진을 찍어 주시기도 하고, 많은 배려를 해 주신 덕에 금세 회복할 수 있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김순희 인하대병원 간호팀장은 "마음 졸이며 병원을 방문하셨던 산모의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며 "최선을 다해 산모를 도울 수 있어서 뿌듯하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인하대병원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