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장 거리. /사진 = 기호일보 DB
개항장 거리.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시의 개항장 문화지구 도시재생 구상이 역사는 소홀히 한 채 개발계획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화인천네트워크와 스페이스빔,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0개 시민단체는 20일 시의 ‘개항장 문화지구 문화적 도시재생’ 용역 결과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18일 공개한 사업 내용이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개발지상주의적 목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용역이 몰역사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인천개항 창조도시 도시재생사업’의 연계선상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개항창조도시 사업은 마중물로 추진했던 상상플랫폼 등을 비롯해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수립된 관광개발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도시관광 활성화, 일자리 창출, 교통환경 개선 등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역사에 대한 재조명보다는 성과주의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문화적 도시재생 용역 또한 성과를 우선시 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와 역사학계의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세의 식민지 침탈과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곳곳에 서려 있는 개항장 제물포구락부와 옛 시장관사 일대에 ‘역사낭만’ 테마공간을 조성하는 등 잘못된 시각으로 역사를 보여 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개항장은 아픈 역사로, 관광을 위해 낭만화해야 할 역사가 아니다"라며 "이번 용역은 개항장 역사에 대한 심화 연구 및 발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시각을 결여한 채 겉으로 드러난 개항장의 역사를 애써 보여 주려는 잔기술로 시종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도 역사정체성 강화를 위해 조계지역 아이덴티티를 특화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학계의 지적이 나온다.

조계지 경관디자인을 연출하겠다는 구상은 겉모습만 바꿔 마케팅이나 관광에 이용하겠다는 것일 뿐, 역사정체성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정체성을 강화하려면 이국적인 문화 속에서 살았던 조선인의 생활상부터 일제강점기 개항장의 역경, 광복 후 지금까지의 노력과 발전, 산업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 등에 대해 심화 연구와 발굴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 역사학계 한 관계자는 "수많은 문화유산이 사라지고 지금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 흔적만을 가지고 억지로 뭔가를 만들려는 것이 옹색한 느낌이 든다"며 "역사를 있는 그대로 봐야지, 화려하게 미사여구를 붙이고 외관을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용역 전략 중 하나인 역사정체성 강화를 위해 전문연구가가 국내외 개항 관련 문서를 수집·정리해 다양한 콘텐츠 소재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역사낭만 테마공간 조성사업은 일제강점기와는 연계성이 적은 서양인이 사교장으로 사용했던 곳을 시민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쉼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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