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서 착용한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멋지게 소화해 대중들의 구매심리를 높이는 여배우를 일컬어 ‘완판녀’라 한다. 

오드리 헵번은 영화 ‘사브리나’를 통해 완판녀를 넘어서 패션과 스타일의 불멸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짙은 눈썹과 크고 동그란 눈을 강조한 메이크업과 ‘헵번 스타일’이라 불리는 단발 쇼트커트 헤어, 일명 사브리나 팬츠와 사브리나 플랫슈즈라 부르는 검정 바지와 굽 낮은 신발까지 그녀의 스타일은 6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사브리나’가 영화사에 남긴 족적 중 하나는 바로 ‘헵번 룩’을 보여 준 의상 협찬이라 하겠다. 패션 브랜드 지방시(Givenchy)가 디자인한 영화 속 여배우의 감각적인 스타일 구축은 협찬의 시작을 열었다. 이후 지방시는 높은 인지도를 얻어 세계적인 패션하우스로 거듭나게 된다.

1954년 개봉한 영화 ‘사브리나’는 ‘로마의 휴일’의 성공 뒤 개봉한 차기작으로 배우 오드리 헵번만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브리나는 대재벌가인 래러비 집안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래러비가의 사람인 것은 아니다. 

사브리나는 그곳 운전기사인 페어차일드의 외동딸로, 언제나 화려한 파티가 끊이지 않는 래러비가를 동경했다. 

특히 그 집안의 둘째 아들인 데이비드를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데이비드에게 사브리나는 고용인의 딸에 지나지 않았다. 세 번의 이혼 경력을 자랑하는 데이비드는 화려한 여성편력만큼이나 눈에 띄는 여성을 좋아했다. 

사브리나의 아버지는 그녀가 현실을 직시하고 독립된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파리 유학을 독려한다. 요리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간 사브리나는 세련된 패션 센스도 채득해 성숙한 모습으로 귀국한다. 

수줍은 소녀에서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성장한 사브리나를 본 데이비드는 그녀에게 빠져들고, 사브리나 또한 그런 상황이 행복하기만 하다. 

한편, 사업 확장을 위해 데이비드를 정략결혼시키고자 했던 형 라이너스는 계획을 세워 둘 사이를 떼어 놓고자 한다. 하나 설상가상으로 라이너스마저 사브리나의 매력에 빠져든다. 

부잣집 형제와 삼각관계에 빠진 순진무구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사브리나’는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이다. 

오드리 헵번뿐만 아니라 20세기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험프리 보가트와 윌리엄 홀덴이라는 당대 스타 배우들의 출연으로 이슈가 됐다. 가녀린 몸매를 부각시키면서도 고급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한 사브리나 룩을 통해 이 작품은 당시 아카데미상 의상상에 노미네이트됐고, 사브리나 역의 헵번 또한 고단한 세상에 찌든 남성을 구원하는 사랑스러운 여인의 모습을 훌륭하게 연기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놀라운 반전이나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은 아니지만 다가오는 봄날을 위해 주변을 상큼하게 환기하고 싶은 요즘,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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