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부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올림픽 취소론을 언급한 주인공은 현역 IOC 위원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재직 중인 딕 파운드(78·캐나다)다.

파운드 위원은 26일(한국시간) AP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도쿄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르기 힘들다면 도쿄 조직위와 IOC가 연기 혹은 개최지 변경보다 아예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파운드 위원이 IOC 전체 의견을 대변하진 않지만 1978년 IOC 위원이 된 이래 집행위원, 부위원장 등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친 거물급의 발언이라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는 도쿄 올림픽 개막 두 달 전인 5월 말까지는 대회 강행 또는 취소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 위원은 올림픽 규모를 따져 볼 때 대회 연기 가능성은 작게 봤다. 그는 "많은 나라와 각각 다른 계절, TV 중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고 잘라 말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 TV 중계, 광고, 올림픽 시즌에 맞춰 조정된 종목별 대회 일정 등이 하나로 묶인 ‘패키지’라 개최 시기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당장 미국 방송사는 미국프로풋볼(NFL)과 미국프로농구(NBA) 시즌 개막, 미국프로야구(MLB) 포스트시즌 등이 겹치는 10월 올림픽을 중계하는 것에 난색을 표한다.

파운드 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변경에 대해서도 "짧은 시일 내 시설 준비를 완비할 도시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을 1년 늦추는 방안 역시 도쿄 조직위의 지출 예산이 불어나는 점, 이미 정해진 종목별 연간 일정과 올림픽 일정을 재조정해야 하는 점이 걸림돌이기에 회의적으로 봤다. 다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겐 계속 훈련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IOC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긴밀히 협조해 올림픽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태동한 이래 1·2차 세계대전 때를 빼고 하계올림픽은 4년마다 열렸다. 취소된 해는 전쟁 중이던 1916년, 1940년, 1944년뿐이다. 모기를 매개로 감염돼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에 창궐했을 때에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치러졌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파운드 위원의 발언 관련 질문에 "IOC에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해당 위원의 발언은 IOC의 공식 견해가 아니고 (해당 위원도)예정대로 대회 개최를 향해 IOC가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다음 달 시작하는 성화 봉송에 대해서도 조직위원회로부터 ‘스케줄 등의 변경은 없다’고 듣고 있다. 정부로서는 IOC, 대회 조직위, 도쿄도와 협력하면서 코로나19 대책에 관한 해외로의 정보 발신을 포함해 대회 개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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