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출퇴근 무렵, 버스와 지하철이 고요하다. 하얀색, 검정색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말없이 좌석에 앉아 있거나 서서 각자의 할 일에 집중한다. 그러다 누군가의 기침 소리, 콧물을 훌쩍이는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몸을 한껏 움츠린다. 두 눈동자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헤맨다.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도 늘고 있다. 인천에는 지난 1월 20일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중국 우한시 거주)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된 이후 4일 정오 현재 9번째 확진자까지 나왔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인천시와 각 군·구는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채널 등을 통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한다. 관공서뿐만 아니라 시장과 군수·구청장도 개인 SNS에 정보를 공유한다.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던 번화가는 한산한 모습이다. 병원이나 약국에도 사람이 드물다. 공공시설을 비롯해 다중이 많이 모이는 시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관광지도 썰렁하다. 일부 상점들은 임시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고 휴업에 폐업까지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끼니는 때워야 하니 식당에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식사 시간이 되기보다는 빨리 먹고 빨리 나가자는 식으로 식사하는 모습이 태반이다.

마치 사람이 사람이 아닌 전염병을 옮기는 무언가가 된 듯한 기분이다. 사람이 사람을 꺼린다.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모두 예민해져 있다.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그래서 제대로 말할 수도 없었던 미국의 작가이자 교육자, 사회운동가였던 헬렌 켈러(Helen Keller, 1880년∼1968년)가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

잠시,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역병이 창궐해 이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찼지만 우리 모두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통은 있다. 그렇지만 우리도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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