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라 풍경에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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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 풍경에서 살기
김호림 칼럼니스트/전 인천대학교 겸임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3.0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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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림 칼럼니스트
김호림 칼럼니스트

인류를 괴롭혀 오던 ‘기아·역병·전쟁’의 난제가 모두 해결·진압된다면 이 땅은 유토피아 혹은 천국이 될 수 있을까? 인류 역사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2016년 출간된 「신이 된 인간(Homo Deus)」에서, 인류는 드디어 불멸·행복·신성이라는 신의 영역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마치 신의 불멸성을 인간이 소유하듯, 이제 인류에게 죽음은 기술적인 문제라고 했다. 즉 과학과 의학기술 발달로 인간은 질병에 의해 죽지 않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과연, 우리는 질병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미래 예견은 과학기술의 순기능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가공할 재앙을 초래하는 기술의 역기능은 여기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네이처 메디신 (Nature Medicine)」 11/12월호에 다수의 연구자가 보고한 경고성 논문이 그러한 예에 속할 수 있다. 이 연구자들은 중국 관박쥐(Chinese horseshoe bat)에 존재하는 사스(SARS) 유사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가능성 연구를 위해, 쥐 사스 바이러스(SARS-Cov)의 유전자를 조작해 상기 박쥐 바이러스의 특성을 부여한 새로운 재조합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이들이 인간 기관 세포를 이용한 세포실험과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 재조합 바이러스가 자연 상태에서의 변이와 무관하게 폐 질환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신종바이러스 치료와 예방에는 기존의 사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치료와 예방방법은 효과가 없었다. 이 연구의 결론은 상기 박쥐 바이러스가 이전 사스 바이러스 감염 경우와 같이 인체에 감염 위험 소지가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 가능성이 마치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는 열차처럼, 이 연구가 발표된 4년째 해인 2019년 12월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19’의 발병으로 현실이 됐다.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세계로 전파돼 대유행병의 불안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 나라에서, 발병지 다음으로, 바이러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사망자 수가 증가돼 가는 사실이다. 이런 국가 재난에서 국민이 분노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위기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이를 수습하고 극복하는 통제기구인, 국가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때에 우리는 국가란 무엇인지, 그리고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되물어 봐야 한다. 일찍이 존 로크는 국가의 의무란 시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의 보호라는 것,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라고 단호히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오늘의 우리에게 절실하게 와 닿는 것은 왜일까?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과연 국가가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사이에 낯선 풍경이 돼 버린 이 땅에서 익숙히 적응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의 수차례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중국과 운명공동체라는 이유로 방역선 구축의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이러한 정부의 선의에도 중국은 방역이 외교보다 우선한다는 말로 오히려 우리의 대응이 문제라는 듯 말한다. 다른 국가들도 우리 국민에게 부당한 방역 조치를 가해 여행객이나 방문자들이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처받은 개인과 국민의 자긍심 그리고 나라의 품격과 권위를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까? 한편 시민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자발적 자가격리 상태로 들어가 모든 공·사간의 일상을 유예하거나 파기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를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누가 증상자인지 알 수 없으므로 사람 만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이 모든 불행이 어쩌면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 나무를 건드린 것이 재앙의 화근이 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식탐도 문제이다. 구약성서의 창조주는 인간에게 부정한 짐승을 먹지 못하게 했다. 그 금지 리스트에는 메르스의 중간 매개체인 낙타와 사스의 숙주인 박쥐도 포함돼 있다. 박쥐가 귀중한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는 나라가 있다고 하는데, 바이러스 위험에도 그 혐오스러운 것을 왜 먹어야 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벌써 이 땅에 춘삼월이 찾아왔지만, 우리가 기다리던 그런 봄이 아니다. 다행히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열에 약하다고 하니, 따뜻한 봄볕에 눈 녹듯이 그들이 사라져, 경제가 회복되고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소화됐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하루속히 모두가 일상을 회복해 일체의 낯선 풍경을 떠나보내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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